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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산지의 가을

사진과 雜記

by 실암 2005. 11. 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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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머리위로 우수수 떨어졌다.
그래, 하늘에 이처럼 별이 많았었지!

득달처럼 달려간 청송은 어둠속에 잠겨있으나 푸른 호수처럼 짙은 하늘엔

수많은 별들이 가슴으로 달려 든다. 실로 오랜만에 만나는 '별이 빛나는 밤'이다.

 

부산에서 새벽 3시에 출발>경주>포항>기계>청송>주산지-

주산지 주차장 새벽5시40분 도착.
겨울잠바를 껴입고 왔으나 냉기는 몸속까지 파고든다.
벌써 주차장은 만원이다. 전국에서 달려온 메니아 사진가들의 극성(?)은

이곳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근래 주산지가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여장과

TV에 <주산지의 사계>가 방영되면서 일반인에게도 관광지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사진가들 사이에선 오래전부터 추천촬영지로 널리 알려져 있던 곳이다.
2년전만해도 저수지까지 차가 들어가도록 방치돼서 주차전쟁을 치루기 일쑤였다.
 

혹자는 주차할 곳을 찾다가 촬영타임을 놓쳐 몇시간을 달려온 기대가 헛수고가

되어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오늘 와 보니 500여미터 아래에 주차장과 편의시설이 들어서 있어 다행이다.

 

세번째 찾은 주산지. 시기는 조금 늦었으나 물안개와 단풍이 반긴다.

이것도 복이다.
어제는 물안개도 없고, 촬영도 할 수 없는 날씨였다니까!

 

주산지는 주왕산 남쪽 끝자락에 자리한 태고의 원시성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하늘과 산과 연못이 계절마다 독특한 경관을 연출한다.
봄, 가을 해뜨기전 수면위로 너울대는 아득한 물안개는 신비를 자아낸다.

 

주산지는 농업용으로 만들어 졌는데 길이 100m, 폭 50m, 만수위때는 수심이

8m에 이르는 작은 저수지다.
조선시대(1720년)에 축조돼 300여년에 이르렀고 저수지 아래 60여 가구가

이 물로 농사를 짓고 있다.

저수지 제방 옆 돌비석에는 "둑을 쌓아 물을 가두어, 만인에게 혜택을 베푸니,

그 뜻을 오래 기리도록, 한 조각 돌을 세운다"라고 축조당시 공로자들의 이름과

공사에 관한 기록이 한문으로 새겨져 있다.

 

주산지의 터줏대감은 무엇보다 물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수령 150년된

왕버드나무 30여 그루다.
물안개에 싸여 있는 주산지의 비경은 그 자체로 한폭의 수채화를 연상한다.
물안개 피어 오르는 새벽부터 산과 버드나무가 수면에 반영되는 한낮까지

변화무쌍한 모습을 연출한다.

 

여름과 겨울의 모습은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해 아쉽다.

이번 겨울 눈 덮인 주산지를 찾고 싶다.
주말 새벽의 주산지, 수많은 사진가들이 눌러대는 셔터 소리에 일찍 잠을 깬다.

돌아오는 길-

주산지 아래 사과밭에서 사온 꿀이 가득한 '꿀사과' 한 상자가 요즘 아침을

꿀맛으로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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