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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정암...

구름하나 바람소리

by 실암 2005. 8. 3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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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정암 1박 3일!

몇해를 마음속에 담고 벼른 끝에 드디어 원을 이루었다. (05.8.26~28)

봉정암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암자다.(1,244m)

1400여년전 신라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석가모니 진신사리를 모셔와 5층 석탑에 봉안하였다고

전해져 온다.

사리를 모신 석탑 또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지 않을까?

깊은 산의 아름다운 골짜기를 내려다 보고 산을 기단으로 삼은 모습은 경주 남산 용장사 3층석탑을

떠올리게 한다.

큰 법당엔 불상이 없고 불단만 있다. 그래서 적멸보궁이라 한다.

즉, 불사리(법신불)를 봉안함으로써 부처님이 상주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엔 적멸보궁이 많지만 대표적인 5대 적멸보궁은 양산 영축산 통도사,

강원도 평창 오대산 상원사, 강원도 정선 태백산 정암사, 영월 백덕산 법흥사와 이곳

설악산 봉정암이다.

이중에 정암사 적멸보궁을 제외하곤 모두 신라때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가져온

불사리를 봉안했다.

 

백담사를 출발 백담,수렴계곡을 지나 구곡담계곡을 거슬러 5~6시간을 부지런히 오르면 봉정암,

여기서 1시간여면 소청봉에, 다시 1시간여면 대청봉이다.

아홉 개의 소沼가 있다고 이름 붙여진 구곡담계곡이 끝나면 봉정암 바로밑의 소위 ‘깔딱고개’가 나타나는데

이 전까진 큰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다.

 

하염없이 걷는다. 걷다가 지치면 얼음같이 찬 계곡에 잠시 발 담그고...

무슨 작용이 이토록 사람의 마음을 끌까.

구름같이 몰려가는 계곡의 긴 행군대열, 이들은 과연 어떤 원력으로 고행의 길을 오르는 것일까.

봉정암! 그곳에서 참 나(?)를 만날 수 있을까.


백담사에가기위해선 용대리에서 마을버스를 타야 한다. 8시부터 운행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3년전 백담사까지 1시간30분을 걸어서 갔는데, 길이 좁아 군대군대 교행할 수 있도록 길을 넓혀 놓았다.

얼마전까진 07시부터 운행했다는데 시간이 늦쳐저 밤새 달려온 시간이 아깝게 흘러갔다. ~~어찌나 밟던지 어휴~~~


주차장을 지나 수심교를 건너면 백담사 일주문(?)이다. 세월의 무개에 힘이 겨운듯 비스듬히 위태롭다. 이곳에서 모두들

삼배를 하고 종종걸음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내가 누군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오직 모를뿐! 그냥 차나 한잔 하시죠.

종무소 뜰에 있는 동판.


백담사 경내를 벗어나면 이어 나타나는 명경지수. 약수가 따로 있나 그냥 퍼 마셔도 될 듯 계곡의 물빛이 보석처럼 빛난다.


감탄사의 연발이다. 봉정암 오르는 길은 깔닥고개 30여분외에는 완만한 경사길이다.

한구비 넘어면 나타나는 폭포와 소. 이보다 좋을 수가 선경에 온 기분.


바위를 깍아 계곡을 만든 물의 위력, 세월을 느끼게 한다.


계곡을 가로질러 놓은 다리위에서 본 계곡의 물 빛. 황홀하기만 하다. 무명천을 담그면 금새 물이 들듯 옥색이다.


좌우에서 폭포가 �아내는 힘에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쌍폭의 위엄.


그러나 안타까운 사연도 곳곳에 묻어 난다. 빗물과 무수한 발아래서 견더온 나무뿌리의 인고의 세월을 느끼게 한다.


우리가 자기 직분에 맞게 제역할을 할때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되듯이 나무뿌리도 흙속이라야만 제 노릇을 할텐데....,

경주남산 등산로도 온통 이모양이던데 지자체나 사찰에서 '나무뿌리 덮어주기' 사업이라도 해봄이 어떨런지?

신도나 등산객이 오르는 길에 작은 흙봉지의 정성이 '생명나누는 기초'가 되지 않을까 싶다. 


봉정암은 백담사-영시암-봉정암코스와 백담사-영시암-오세암-봉정암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정면으로 보이는 길이

오세암으로 오르는 길. 이 길은 더 험하고 힘든길이니 그냥 바로 가라고 함께간 신도회장님이 일러준다.

"수고많이 하셨습니다."


물빛이 아름다운 수렴동 계곡-이런길이 오르락 내리락 지겹지가 않다.


출발하기전 하나씩 받아온 주먹밥-깨소금에 버무린 한주먹의 밥이 어찌나 맛이 있던지, 풋고추와 된장을 곁드리니...

진수성찬이 무에 필요할까.
깔딱고개-구곡담계곡을 뒤로하면 나타나는 마지막 남은 힘을 쏟아야 한다. 350여 m가 60도가 넘을 것 같은 너덜길이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뒤를 보면 아찔하다. 이 고개만 넘으면 봉정암이다. 나와 한이불 덮고 자는 보살님.ㅎㅎ

(불교에서는 여자를 보살이라고 한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한 5층 석탑. 봉정암 우측 벼랑위에 우뚝하다. 주위의 바위들도 탑을 참배하는 듯 부부바위,

곰바위, 부처바위등이 굽어보고 있다.


설악산을 기단으로 삼은 사리탑압에서 앞다퉈 원력을 세우는 불자들. 8~90%가 보살들이고 처사

(불교에서 남자를 처사라 한다)들은 10%나 될런지.


경주남산 용장사지 삼층석탑이다. 용장사는 김시습이 금오신화를 지은 곳인데 지금은 이 탑 아래 절터에 목이 잘려나간

삼륜대좌불만 있다. 산을 기단으로 삼은 것이 비슷하다. 


공양시간(불교에선 먹는 일을 공양한다고 함)- 대접에 밥 한주걱과 멀건 미역국에 오이 3조각이 전부지만 모두들

허기진 다음이라 뚝딱해치운다. 몇천명이 몰려드니 식당이 따로 없다. 그냥 앉은 자리가 식당이고 식탁이다.

"공양주 보살님들 수고 하셨습니다"


사리탑 오른쪽으로 바라보이는 설악산 공룡능선이 꿈틀대는 듯 하다. 


사리탑에서 본 용아장성-사리탑 왼쪽아래로 용의 이빨같은 용아장성이 도열해 있다.


소청봉에서 바라본 외설악- 봉정암에 오른후 곧 바로 대청봉으로 향했으나 소청봉에 오르는 것도 힘들고 다리가 풀려

돌아와야 했다. 소청에서 대청봉까진 완만한 능선이데.... 몹시 아쉬움이 남았다. 같이간 다른  부부는 거뜬히 다녀 왔는데...,

봉정암에서 그쳤어야 할 산행이었는데 다음날 하산길이 더욱 고통으로 밀려 왔다.(백담사-봉정암=6시간+봉정암-

소청봉왕복=3시간=9시간)


다음날 회향길은 봉정암-소청봉-휘운각대피소-양폭대피소-비선대-신흥사-설악동주차장 코스. 봉정암-소청봉까지

1시간여 오르막길이고 줄곳 7시간을 돌계단길을 걷는 것은 그야말로 고행의 길이다.(아침 6시30분에 출발 설악동에

오후 2시30분도착= 8시간)


설악동에서 올려다본 설악산-내려오는 길은 너무 힘들어 베낭에 든 카메라 꺼낼힘도 없어 겨우 몇장 찍었다.

양폭대피소에서 컵라면에 주먹밥을 말아 먹고 서로 격려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무심으로 그냥 걷고 또 걸을 뿐. 

다리가 풀려 곳곳에서 응급처치를 하는등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진행자들은 걱정이 많았다.


함께한 소중한 식구들입니다. 앞줄 오른쪽 보살님은 일흔이 가까운데 우리보다 항상 앞장서 가셨다. 자신이 뒤쳐지면

우리에게 피해가 갈까 봐서. 이래저래 꼴찌는 언제나 나.(뒷줄 오른쪽 처사) 다행히 버스 여섯대 250여명의 모든 분들이

무사히 회향할수 있어서 기쁘다.

 

이날 봉정암에 올라 숙식한 불자와 등산객이 1,600여명이 넘었다는데 방에서 앉은 채 라도

잘수 있는 사람이 행운이었을 정도로 넘쳐 났다.

우린 배정받은 방에 들어 가지도 못하고 저녁 9시가 되도록 밖에서 서성였다. 그나마 공양간

바닥에 얇은 스치로폼을 깔아줘 좌복(절할때 까는 방석) 두개를 깔고 덮고 잘 수 있는

행운(?)을 얻어 다행이었다.

그래도 스님들의 따뜻한 배려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밤이슬은 맞지 않고 잠을 청할 수 있었다.

8월인데도 산행후 저녁 샤워시엔 머리가 띵하도록 차가왔고, 새벽찬바람은 살을 애이듯

파고들었다.

 

봉정암 귀때기봉 아래 삶에 찌든 고뇌의 찌꺼기를 내려 놓고 왔다.

일상에서 얼마나 오래 이 마음이 지속될런지는 모르지만....

일요일 아침6시 회향법회-봉정암 주지스님의 선창으로 신도들은 한결같은 목소리로 염원했다.

"부처님 또 오게 해 주십시오"

그렇다, 봉정암에 또 갈수 있도록 경제적인 여건, 건강과 시간이 다시 허락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1박3일의 꿈만같은 여정을 회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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