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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서 한나절

사진과 雜記

by 실암 2005. 8. 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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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토요일) 새벽엔 우포에 가야지!

안오는 잠을 일찍 청했다.

그러나 눈을 뜨니 5시가 다 됐다.

어이쿠, 옆에서 곤히 자는 아내를 흔들어 깨웠다.

"가자"

"응, 어디를...."

"갈 려면 빨리 일어나"

후다닥 화장실에서 입만 행구고, 주섬 주섬 옷을 입고,

카메라 가방을 챙겨서 아내를 기다린다.

이런날은 아내도 눈치를 채고, 고양이 세수를 하고, 얼굴그림은 생략한다.

'낼 어디 갈것이라고 미리 좀 예기해 달라'고 아내는 늘 불평이다.

그 몇마디 하는것이 어렵지 않은 일인데도 난 늘 이런 식이다.

오늘도 여느때와 같다. 

투덜대면서도 아내는 따라 나선다.

동호회에서 가는 촬영여행 말고는 아내와 함께 하는 것이 즐겁다.

여행 중 이런저런 가족예기, 아이들 예기, 친구들 예기, 이웃예기며,

카메라며 삼각대도 들어주고 촬영보조, 조수역할까지 해주니

꼭 모시고(?) 가야 할 이유가 후자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ㅋ 

아이들 장성해서 엄마 손 필요치 않고, 저희들 세상 몰입하면 아내는 외톨이가 된 기분이란다.

그리고 난 그런 아내를 구제하는 셈치고,

부부가 같이 '꿩먹고 알먹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마당쓸고 동전줍기'다.

 

창녕 우포늪은 부산에서 1시간여면 도착한다.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해가 뜨는 전후가 좋은데 오늘도 늦다.

더우기 오늘은 해도 없고 흐린날씨에 칙칙한 기후다.

해뜰무렵 물안개 피는 우포를 그려보지만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부지런한 자에게 희망이.... 사진촬영도 마찬가지다.

사진=발품과 기다림의 미학이랄까!

 

우포늪은 1억4000만년의 역사를 간직한 곳.

우포늪, 사지포늪, 목포늪, 쪽지벌 등 4곳의 크고 작은 늪이 있는데 이들을 통칭 우포늪이라 부른다.

이곳은 우리나라 전체식물의 10%, 수생식물의 60여%가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이날도 여러명의 사진작가와 각지에서 가족단위의 탐방객이 많이 눈에 띄었다.

"여기 처음부터 다 읽어 봐, 이곳이 여기야"

아이에게 우포에 관한 자료를 보여주며 준비한 자료와 대조하며 현장학습중인 엄마,

아빠는 그 모습과 현장을 열심히 카메라로 스크렙한다.

그 모습이 아름답다. 

 

똑딱이 디카로 담은 사진 몇장 올려봅니다.

 


 

물안개낀 늪에 쪽배를 타고 가는 어부의 모습을 많이 촬영합니다. 한폭의 그림이죠.

 


 

제방에 누운 미루나무에 핀 버섯. 나무는 죽어서도 새로운 생명을 키워냅니다.

 


 

늪은 온통 수생식물로 덮여 물은 보이지 않습니다.

 


 

가시연꽃입니다. 날씨가 흐려 꽃이 오무려 있습니다. 지난해 보다 10일 가량 일찍 피웠답니다.

 


 

가시연꽃 잎사귀. 마치 하늘에서 보는 산맥 같습니다.

 


 

어리연꽃입니다. 노랑부리어리연꽃은 찍어오지 못했습니다.

 


 

모 사이다 CF촬영에 나온 미루나무 숲.

 


 

물질하러 들어가기 위해 준비하시는 할머니. 자신의 모습이 TV로 전국에 소개되었다고 자랑이 대단했습니다. 건강해 보이시죠. 민물고둥을 잡으신다는데 요즘은 잡아도 찾는이가 많이 없어서 걱정이라네요.

 


 

우포늪 환경감시단 아저씨. 넓은 지역을 구역별로 나눠 관리 한답니다. 자신의 하는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지난 태풍 메미로 낙동강이 범람하여 우포늪은 새로이 높게 제방을 쌓았습니다. 둑에 흐드러지게 핀 달맞이꽃. 차안에서 한 컷.

 


 

한바퀴 돌고나니 10시가 훌쩍 지났다.

아내는 '배고파 죽을 지경이다'고 은근히 신경질이다.

나야 촬영 욕심에 배가 고픈지 잘 모르지만 따라 나선 사람은 지겹기 마련인가 보다.

대리고 다닐려면 밥이라도 제때 먹이라고 핀잔이다.

날도 덥고..... 그러고 보니 목도 마르고 시장기가 막창자까지 다달았다.

인근의 3대째 붕어찜을 한다는 소문난(?) 식당에서 점심 겸 늦은 아침.

2만원짜리 월척 참붕어찜은 시장하던 차에 매콤달콤 목젓을 유린(?)한다.

잉어나 붕어는 살속의 잔가시 때문에 먹기가 성가시다.

조심 조심 살을 발라먹는 재미가 솔솔하다.

밑에 깐 씨레기맛도 일품.

 

쉬엄쉬엄 부산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는 여유롭다.

반대편 부산을 벗으나는 길은(남해안, 지리산행) 온통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부산을 나서자 마자 밀리기 시작하여 진주까지 밀린다는 방송이다.

 

"집나서면 고생아닌교. 욕들 보소. 난 집에 가서 샤워하고 낮잠 한숨 잘라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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