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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속의 오늘

by 실암 2018. 9. 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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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 '동성서점'


삽상한 가을바람이 계절의 변화를 실감케 하는 이즈음이다. 지난여름 지독했던 더위를 뒤로하고 절기는 벌써 처서를 지나 풀잎에도 이슬이 맺혀 가을이 왔음을 알린다는 백로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天高馬肥)는 가을은 '등불을 가까이할 만하다'(燈火可親)는 독서의 계절이기도 하다. 가을과 독서를 한데 묶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 속에는 덮지도 춥지도 않아 책 읽기에 좋고, 수확의 계절을 맞아 마음의 양식도 더불어 쌓아야 한다는 선인의 지혜가 오롯이 녹아 있을 터이다. 

올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이 더 실감 나게 다가온다. 올해는 만나는 사람에게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라는 인사를 건네자는 '함께 읽는 2018 책의 해'다. 정부는 물론이고 저자, 출판인, 서점인, 도서관인, 독자 등 책과 관련된 다양한 이가 참여해 민관 합동으로 '책의 해'를 꾸려나가는 중이다. 특히 '책 생태계'라는 말이 회자하는 것은 독서운동에 있어 진일보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책 생태계 전반이 살아나야 '지속 가능한 독서'가 이루어진다는 인식 변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독서 생태계'에 눈을 돌린 정책이 부산에서도 펼쳐지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읽고 싶은 책을 서점에서 빌려 읽은 뒤 도서관에 반납하는 '지역 서점 희망도서 바로 대출 서비스'가 광역시·도에서는 처음 시작되고, 독서동아리가 독서토론을 위해 서점의 책과 공간을 이용한 뒤 읽은 책을 작은도서관에 지원하는 서점-독서동아리-작은도서관 연계의 '책 플러스 네트워크 사업'도 시행에 들어간다. 오는 10일까지 참여할 독서동아리와 서점 모집에 들어가는 네트워크 사업은 '2018 책의 해' 우수사업 공모에 선정돼 전국에서 처음으로 선을 보인다고 한다. 

근대문화유산이자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은 헌책방 집결지인 보수동 책방골목을 비롯하여 부산은 동네 서점이 활짝 꽃을 피운 도시로 꼽힌다. 2000년대 들어와 인터넷 서점의 확산과 서울 대형 서점의 지역 진출로 동네 서점이 하나둘 사라지는 것은 오랜 중앙 집권으로 고사 위기에 놓인 지역 문화를 떠올리게 한다. 이달에 시작되는 부산의 '동네 서점 네트워크'로 지역의 독서 생태계가 활성화되어, 지역 문화에도 새로운 피가 돌고 온기가 살아나는 선순환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부산일보 밀물썰물 중에서/임성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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