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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개업 1주년의 소회

장삼이사

by 실암 2015. 12. 2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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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대한 아무런 지식도 없이 무작정 뛰어들어 좌충우돌 시행착오를 겪다보니 어느덧 1년이 흘렀다.

막연히 책만 갖다 놓고 팔면 되는 줄 알았던 서점 운영

서점도 장사인데장사 만만하게 봤다가 호되게 홍역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처음에는 책 떼러 도매상 찾아 가는 것도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툭하면 다른 곳에 가서 민망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수없이 많은 출판사에 그들 출판사와 거래를 독점하는 도매상이 따로 있고, 같은 책이라도 구역별로 도매상이 나뉘어져 있기 때문이다.

한편 책을 갖다 놓고도 팔지 못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책이 없어 손님을 돌려보내고 난 뒤에 찾던 책이 책꽂이에 꽂혀 있는 게 보일 때는 얼마나 허탈하던지...

이런 일은 아직도  종종 반복되고 있으니 좀 더 세월이 흘러야 해결될 것 같다.

계산도 서툴러서 거스름돈을 잘 못 내주기도 하고, 카드 결재를 잘 못해서(만원을 천원으로 끊는 등) 손해를 보기도 했다.

간혹 잘 못한 카드결재나 더 내준 거스름돈을 고객이 되돌려 줄 때는 고맙기도 하지만 부끄럽기 짝이 없어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기도 했다.

 

1년 동안 많은 일을 겪었다.

"돈 아깝다" 책을 구입하려는 친구 옆에서 사지 말 것을 부추기는 아이들이 은근히 많았다공부 할 책을 사는데 돈이 아깝다니 철이 없어도 너무 없는 것 같다.

책을 복사해서 쓰는 일도 종종 있었는데아무 죄책감도 없이 행해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했다.

어느 날 선생님 한분이 서점에 들어와서 한 참 책을 고르더니 건너편의 복사 집에 전화를 걸었다.

"책이 몇 페이지인데몇 십 부 복사하면 얼마나 하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서점 주인이 지켜보고 있는 면전에서 복사 집에 전화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섭섭함을 넘어 그 교사가 안쓰럽게 보였다.

책을 복사하는 행위는 남의 창작물을 도둑질 하는 것이나 다름없고, 실정법에 위배된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을 텐데....

한 학생은 아버지와 함께 들어와 필요한 책을 찾아 가격을 보더니 아버지에게 몇 페이지만 복사하면 되는데 뭐 하러 사느냐며 복사 집으로 향하기도 했다.

작은 동네 서점을 운영하는데도 이같이 별별 부류의 사람들이 다 찾아오니장사하는 사람의 심정을 조금 알 것 같다.

이렇게 애를 끓이니 '장사 꾼 똥은 개도 안먹는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된다.

 

또한 경영의 어려움도 듣던 것 보다 심각하게 피부에 와 닿았다.

동네마다 흔하게 보이던 서점은 거의 사라졌고의례 있던 학교 앞 서점도 하나 둘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니 서점의 위기는 심각해 보인다.

'우리나라 18세 이상 성인 33.2% 1년간 책 1권도 읽지 않는다고 나타났는데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미국인 월평균 독서량 6.6, 일본인 6.1, 중국인 2.6권에 비해

한국인은 0.8권이라고 발표했다.'<교보독서경영연구소 2013년 발표>

또한 최근 다국적 여론조사기관 'NOP 월드'30개국을 대상으로 주 당 독서시간을 조사한 것에서도 한국이 꼴찌로 나타났다. 한국인은 책, 신문, 잡지 등 활자 매체를 읽는데 할애한 시간은 1주일에 고작 3.1시간, 1위를 차지한 인도 국민 10.7시간에 비해 3분의 1에 불과했는데, 이는 30개국 평균치 주 당 6.5시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어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한 사람이 매년 330잔의 커피와 120병의 맥주, 90병 이상의 소주를 마시고, 매일 3시간 이상 스마트폰과 TV를 본다고 한다.'

이렇듯 책의 존재감이 더욱 작아짐을 직접 일선에서 피부로 느끼는 중이다.

저조한 독서인구로 인해 책이 설 자리를 잃어 가는 지금. 그에 비례해서 서점의 설 자리도 점점 좁아지고 있다.

'자식들의 책 읽는 소리를 들으면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던 우리 조상들을 굳이 상기 하지 않더라도 독서의 중요성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젊음과 아름다움을 위해 시간과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게 대세인 요즘이다그러나 틈틈이 책을 읽어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주름을 만들어 가는 게 더 행복한 삶이 아닐까.

책 읽기를 통해서 피폐해져 가는 인간성 회복과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아 밝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종이 책과 서점이 끝까지 살아남아 인간에게 꼭 필요한 '비타민'이 되길 바랄뿐이다.

더불어 멋모르고 뛰어든 '새내기 동네서점 사장' 얼굴에도 화색이 돌았으면 참 좋겠다.

2015. 12.  12.  부산시 부산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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