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다 보니(?) 별 희한한 사고를 다 당했다.
지난 일요일이었다. 로또나 벼락에 맞을 확률만큼 드문 경험을 했다.
해바라기와 코스모스가 무진장으로 피어 있다는 제보(?)를 듣고 아내와 둘이 찾아 나선 날이었다.
'어디에 무엇이 있더라' 하면 확인해 보지 않고선 못 배기는 성정인데 이날도 역시 역마살이 강하게 왕림하고야 말았다.
소문만큼 음식 맛이 다 좋은 것이 아니듯이 촬영지 또한 실망을 하기 일쑤다.
한우고기로 유명한 식당 마을이었다. 식당 주변의 논과 밭은 온통 해바라기와 코스모스 밭으로 변해 있었다.
손님을 끌어 모으기 위해 논과 밭을 임대해서 꽃을 심었다고 한다.
키가 오종종한 미니 해바라기와 코스모스를 심었는데 아직 때도 이르고 분위기도 아니었다.
하늘이라도 좋았더라면 '인증샷'이라도 한 컷 담아 올 텐데, 영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출발 할 때는 카랑카랑하던 하늘이 어느새 온통 잿빛으로 덮여 있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해바라기 밭은 생각보다 볼품이 없었다.(이건 순전히 나의 주관적인 생각)
카메라를 들이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여기까지 기름때고 왔는데 한 장이라도 찍지?" 아내의 말을 무시하고 차를 돌렸다.
"이왕 왔으니 모처럼 고기나 먹고 가세?"
너무 비싸다며 칼국수나 먹자는 아내의 고집을 뿌리치고 고갯마루의 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분위기가 영 아닌데?" 아내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오늘도 식당 찾아 순례를 해야 하나? 고르고 고르다 또 최악의 식당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종종 골라 찾아 들어간 식당에서 실망하고 나올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른 식당을 찾아 들어간 집은 앉을 자리도 없을 정도로 북새통이었다.
먹을 복이 없나? 돌아 나와 조금 한가한 듯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세 번째 집, 소금구이 3인분을 주문했다. 1인분에 18,000원이었다.
왕소금 뿌린 쇠고기를 석쇠에 구워 먹는 맛은 일품이었다.
모처럼 '남의 살' 먹으니 맛있다며 아내도 즐거운 표정이 역력했다.
한 일인분쯤 먹었을까 고기 굽기도 이제 절정에 달할 때였다.
갑자기 한쪽 눈에 섬광이 일면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강한 충격이 가해왔다.
낙뢰를 맞으면 이런 고통일까? 나는 벌에 쏘인 황소같이 널 뛰 듯 화장실로 달려갔다.
오른쪽 눈 안쪽 가장자리에 시커먼 소금이 달라붙어 있었다.
벌겋게 단 소금이 눈으로 튀어 들어올 때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아 버린 것이다.
소금을 떼어 내고 수돗물로 한동안 눈을 식혔지만 눈도 제대로 뜰 수 없을 정도로 화끈 거렸다.
가장자리 눈썹은 고스러지고 눈 화장 한 것처럼 눈꺼풀 아래위가 시커멓게 물들어 있었다.
한참을 진정시키고 자리로 돌아오니 입에 들어가려던 고기 한 점이 파절임에 싸여 주인님 입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맛있던 고기가 처다 보기도 싫었다. 눈은 아리고 커다란 망태가 달린 듯 눈 뜨기도 싫은데 고기 맛이 날 리가 만무했다.
고기 씹는 맛이 나무토막을 씹는 기분이었다. 빨리 그 자리를 피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처음엔 웃던 아내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카운터에서 연고를 얻어 왔다.
아마도 이런 일이 가끔 일어나는 모양이었다.
"그놈의 소금은 꼭 눈으로만 들어가는지 모르겠네!" 식당 주인이 겸연쩍어 하며 말했다.
고기를 굽자면 소금은 수없이 튈 것이고 눈에 들어가지만 않는 다면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하필 눈에 들어갔을 때만 이런 소동이 일어나니 그때마다 소금은 나쁜 놈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그날 사고를 정리하자면 고기에 뿌려진 소금이 화롯불에 떨어졌는데 숯불의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튀게 되었다.
때마침 고기 한 점을 파절임에 싸서 먹으려고 접시 가까이로 고개를 숙이는 순간 소금이 눈으로 튄 것이었다.
소금이 안경 틈을 비집고 눈으로 들어갔으니 벼락 맞을 확률만큼 재수가 없는 날이 아니었을까.
짓물러 부어 있는 눈을 살펴보던 의사선생님의 말씀인즉
"이거 정말 많이 아팠겠는걸요. 천만 다행으로 눈알은 괜찮습니다."
그나마 눈알에 소금이 박히지 않은 것에 위안을 삼으라는 말씀 같았다.
하던 대로 칼국수나 먹을 걸, 평소 안하던 짓을 하니 이런 사달이 난 것은 아닐까?
비싼 고기 먹고 병원까지 가는 소동을 겪었지만 '눈꺼풀의 순발력'에 감사함을 느낀 날이었다.
여러분 고기 먹을 때 튀는 '소금놈'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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