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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속의 소매물도

구름하나 바람소리

by 실암 2010. 8. 2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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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섬의 대명사, 해금강의 끄트머리 쪽빛 바다와 어우러진 하얀 등대가 있는 섬.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 붙여도 부족한 섬이 소매물도라 했던가? 
      절기로 치면 더위가 한풀 꺾일 때도 되었지만 열기는 오히려 상향곡선을 긋고 있었다.
      바람도 구름도 파업을 했는가? 폭염주의보 속에 찾은 소매물도는 열기 가득한 가마 속이었다.
      바닷물이 끓어 오른 소금 수증기는 섬도 사람도 절여 놓기에 충분했다. 바다와 하늘의 경계도 모호하다.

      수평선은 몽유환자가 바라본 것처럼 아슴푸레했다.36도의 살인적인 기온에 바람한점 없는 날씨는 체감 온도가 40도를 넘을 듯 했다.
      왕복 4km, 동네 뒷산에 산보 가는 기분으로 왔건만 `아뿔싸'다.
      그러나 그러한 망상도 잠시 망태봉에서 바라본 등대섬은 왜 소매물도가 아름다운 섬의 대명사인가를 확인시켜 줬다.

      마침 등대섬을 돌아가는 유람선의 포말은 유성우처럼 은빛으로 빛났다. 해안 단애와 에메랄드와 쪽빛으로 어우러진 바다, 코발트빛의 하늘,

      녹색의 푸른 초지위의 하얀 등대는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조금 전까지 원망과 푸념을 늘어놓은 것이 미안할 정도로 아름답고 황홀했다.
      폭염으로 이러한 절경과 정취를 여유롭게 즐기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등대섬 주위로 해무가 낮께 깔리고 새털 석양이 곱게 떨어지는 등대섬을 그려본다.
      다시 어느 날 이곳을 찾을 수 있다면. 풀 한포기 조약돌 하나까지도 눈길을 주고 그들과 교감해야겠다. 

 

 

      거제도 남단 저구항에서 떠나는 여객선이 쪽빛 하늘과 어우러져 그림처럼 아름답다.  

 

 

      소매물도에 도착하여 마을에서 바라본 항구의 모습이 열기로 가득하다.

      나지막한 지붕과 돌담, 작은 마을이 정겹게 어께를 걸고 있다. 

 

 

      해발 0m에서 시작하는 오름. 하늘의 열기 땅의 지열이 이글이글 숨을 쉬기조차 힘들다.

      무엇이 그리 멋지고 아름답다고 했던가! 숨이 턱까지 차 오르고 열기는 머리 꼭지까지 올라온다.

 

 

      소매물도에서 가장 높은 망태봉과 해안도로의 갈림길. 불과 100여m 올라가는 것도 대부분 거부했다.

      또 언제 올 수 있을지? 망태봉으로 향하는데 땀이 온 몸을 샤워하듯 흘러 내렸다. 땀으로 엉덩이 계곡이 미끄덩 거렸다.ㅋ 

 

 

      망태봉 정상에 있는 버려진 건물 덩어리가 흉물스럽다.

      밀수꾼을 감시하던 세관초소(매물도감시서)였는데 폐쇄되어 빈 건물로 남아 있다. 

 

 

      망태봉에서 바라본 등대섬. 손에 잡힐 듯 가까운 등대섬이 손짓한다.

      지금까지 턱까지 차오른 숨을 고르며 땀을 쏟은 고생이 일순간 환희로 바뀐다.

      쪽빛 바다와 하얀 등대, 초록의 초원은 한폭의 그림을 보는 기분이었다.  

      뜨거운 열기로 바닷 수증기가 올라와 바다와 하늘의 경계를 흐리게 해서 아쉬웠다.

 

 

     쪽빛 바다에 은빛 날개를 단 유람선이 유성우처럼 잔잔한 바다를 가르고 지나간다.

     한 발 건너 뛰면 등대섬에 닿을 듯 한데 너무 뜨거워 사진 몇장 담기도 힘 겹다.

 

 

      망태봉을 내려와 중간 길에서 뒤 돌아본 모습으로 멀리 대매물도가 보인다. 

 

 

      왕복 4km의 짧은 산책구간이 천왕봉을 오르는 것 보다도 더 힘겨운 듯 했다.

      수건을 쓰고 양산까지 받쳐 든 사람들이 파김치가 되어 올라온다.   

 

 

      물이 빠진 등대섬으로 가는 길, 사진이나 망태봉에서 볼때는 고운 모래 같았는데 반들반들한 몽돌이다. 

      몽돌이 바짝 말라 있어 이곳이 바닷물 속에 있었을까 의문이 들 정도다.

      등대까지는 그늘 한 점 없는 땡볕이니 여유롭게 몽돌을 살필 여유도 없다.  

 

 

      몽돌밭을 지나면 이어지는 나무 계단, 후끈후끈 열기에 머리가 띵하다. 

 

 

     등대에 도착해서 바라본 해안 절경.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깍아지른 단애, 어느 장인이 저렇게 멋진 칼질을 할 수 있을까.... 벼랑끝에 서면 배경과 아찔함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등대섬에서 바라본 소매물도와 대매물도.

    소매물도 항로표지관리소가 장난감 조각처럼 자리하고 있다. 

 

 

 

 

      소매물도에서 만난 절굿대, 예상치 못한 들꽃과의 조우에 정말 기뻤다. 

      그림 같은 등대섬에 또 하나 추억해야 할 귀한 아이다.

 

 

      절굿대 - 개수리취, 둥근방망이라고도 한다. 국화과의 한해살이 풀.      

 

 

 

 

     등대섬으로 올라가면서 봐 둔 무릇을 내려오면서 담았다.

     폭염에 지친듯 보였다. 녀석들과 눈 맞추기 위해 풀 밭에 잠시 엎어졌더니 정신이 다 혼미해 졌다.  

 

 

      등대섬을 뒤로 하고 다시 몽돌밭을 건너간다. 명소는 사람들로 붐비기 마련이고 흔적이 남기 마련이다.

      버리고 간 쓰레긴지 아니면 밀려온 쓰레긴지 돌아오는 길이 찜찜했다.

      오염 되지 않는 천혜의 절경은 한사람 한사람의 아름다운 마음으로 지켜 져야 한다.

 

 

    몽돌밭을 지나와 다시 바라본 등대섬.  

 

 

      몇 계단 되지 않는 계단이 천왕봉 수백계단보다 힘겨웠다. 사진에서도 열기가 이글거리는 듯 보인다.

      화마 구덩이에 들어온 기분이 이럴까. 숨이 턱까지 차고도 남아 들숨과 날숨에 화기가 느껴진다.

      목구멍과 폐가 열기에 달아 뻐근하다. 

 

 

     소매물도는 그늘이 없었다. 너무 더우니 작은 그늘마다 사람들이 들어차 있다.

     마치 물빠진 갯가 바위밑에 숨어 든 고둥의 무리 같다.

 

 

 

 

 

 

      함께간 지인이 살짝 불러내 처음 먹어본 석화, 그 맛 한번 끝내 줬다. 

      1만원에 3개 주는 가게에서 둘이니 한개만 더 주면 좋겠다고 조르다 바로 옆 가게의 할머니에게 갔더니 무려 5개를 줬다. 

      먹다 남은 소주까지 주시니 이렇게 황송할 수가.  

 

 

     계란 후라이 한판 크게 붙여 보세요. 아니면 보름달을 띄워 주시던지......

     고맙게도 한바탕 회오리를 긋고 떠나는 모터 보터 아저씨~ 캼샤~

 

 

 

 

 

 

     오후 4시 40분 여객선에 오르기전 방파제에서 바라본 소매물도 마을. 

 

 

      소매물도 기다려라. 꼭 다시오마!

 

 

2010.  8.  22.  소매물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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