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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뵈는 게 없네.

구름하나 바람소리

by 실암 2008. 6. 2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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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산행을 계획하고 3시 30분에 집을 나섰다.

하늘은 짙은 구름으로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만 같다.

장마철이긴 해도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날씨 아닌가?

혹여 구름 위를 걷는 기쁨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 반 설렘 반 그렇게 출발을 한다.

양산을 지나 배내골로 들어서는 초입부터 산은 온통 안개에 쌓여 있다.

공터에 차를 주차하고 산행 채비를 한다. 

안개 때문에 지척도 분간하기 어렵다. 산길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다.

바람은 없지만 안개비는 안경에 사정없이 달라붙는다.

"저 산은 내게 오지마라 오지마라 하고~"

오늘은 어찌 이 노랫말이 자꾸만 되 뇌어 지는지 알 수 가 없다.

한발 두발 산으로 든다. 자꾸만 흐려지는 앞길, 안경 닦는 일이 일이다! 

안경너머로 뭐 보이는 게 있어야지......

 

 

안개에 묻혀 있는 산길 오름, 카메라를 꺼내 한장 담았다.

평소 같으면 카메라를 꺼내 메고 다니지만 오늘은 배낭속에 넣고 간다. 

 

 

정상에 오르니 07:05분 사방천지 안개뿐, `뭐 보이는교!` 아내의 볼맨소리.ㅎㅎㅎ

 

 

씩씩~ 언짢은 표정이 역력한 아내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이른 아침이라도 간혹 산행하는 사람들을 만나지만 오늘은 아직 아무도 못 봤다. 

내려오는 길, 산아래 쯤에서 만난 약초 캐는 할머니 두 분이 유일하다.

"할머니 비오는데 우찌 갈라고예?" "글씨~, 올 거이 같지 않더만, 내려 갈 수도 엄꼬....."

"조심하이소" 오르는 할머니들을 뒤로 하고 하산을 재촉한다. 

 

 

신불평원, 영축산 가는 길도 안개에 묻혀 있다.

영축산까지는 다녀 오리라 다짐하고 안개를 벗삼아 헤쳐 가지만......

 

 

앞길을 분간하기 어렵다. 신불평원도 못 가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07:50  아쉽지만 발길을 돌려 신불산 정상으로 되돌아 왔다. 비는 이제 본격적으로 오기 시작한다.

서둘러 비옷을 꺼내 입고 하산이다.

 

하산길 정상부근에서 예상치 않은 큰 짐승을 만났다. 송아지만한 누른 도사견을......ㅋ

비오는 도중이지만 바위위의 `눈에 뵈는` 들꽃 한 장을 담느라 정신이 없는데, 아내의 놀라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고 내려다보니 큰 개가 아내와 서너 발 사이로 가까이에 있다. 

누가 개를 대리고 산행을 하는 줄 알았지만 좀처럼 사람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산에 사는 야생 개란 말인가!  개는 뭔가 애원하는 눈초리로 우리를 번갈아 처다 본다.

그만 가라고 두어 번 내가 말을 했더니 알아들은 양 슬그머니 산 정상 쪽으로 사라졌다. 

1000고지의 산에서 큰 개를 보기는 첨이다.

내려와 가만 생각해 보니 우리에게 뭔가 먹을 것을 달라는 눈치 같았는데...

그땐 미처 그 생각은 나지 않고 혹 우릴 헤치지나 않으련지 걱정뿐이었다.

 

 

09:10 하산하여 임도에서 바라본 산 등성이는 안개가 들고 나길 반복한다. 

 

 

 

▲▼ 자주꿩다리

 

 

 

 

 

▲▼ 흰꿩다리

 

 

 

▲ 노루오줌

 

 * 산행일시 : 2008.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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