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움, 신록, 가정의 달이라 일컫는 5월의 첫날, 노동절이다.
회사는 쉬지 않지만 최소인원 근무지침(?)에 충실한 사원은 오늘 배낭을 메고 산으로 향한다.
휴일이면 회사 출근 때 보다 더 빨리 일어나는 습관대로 새벽에 일어났다.
누가 나를 이토록 일찍 일어나게 하는가. 그들이 손을 내밀기 때문, 나는 그들의 부름에 화답을 한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계절. 인간은 한거풀씩 옷차림이 가벼워지는데, 산은 점점 더 우거지고 짙푸르다.
안개와 가스가 더한 연무로 날씨가 뿌옇고 해를 가리고 있다.
가지 끝을 스쳐 지나는 바람도 텁텁하게 느껴지는 날씨다.
단석산(斷石山. 827m)은 경주 서남쪽에 있는 산으로 경주 근교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신라 화랑들이 수도하던 산이고 삼국을 통일한 김유신이 무예를 연마하며 바위를 베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단석산 8부 능선에 국보 199호로 지정된 신선사 마애불상이 있어 더욱 유명하다.
10여년 만에 다시 찾은 산행에서 본 신선사는 절이라기 보다는 민가처럼 초라하던 법당이 여느 사찰과 같은 반듯한 모습으로
변해있었고, 마애불상군도 더 이상의 마모를 막기 위해 투명 보호막이 설치되어 있었다.
산은 온통 들꽃들의 잔치로 수런대고, 4시간이면 족한 산행이 이들과의 놀이로 7시간이 걸렸다.
* 우중골 송선리 마을 - 오덕선원 - 신선사 - 마애불상군 - 단석산 정상 - 원점회귀
▲ 단석산(斷石山) 김유신장군이 신검으로 내리쳐 갈라진 것이라는 바위가 왼쪽에 있다.
2007년 4월 8일 경주 일요산악회에서 세웠다. 정상석에 국립공원이라고 새겨 놓았는데 국립공원이라하기 무색할 정도로
산길은 무명산이나 다름없이 이정표 등은 전무한 상태였다.
▲ 동쪽으로 천년의 고도 옛 서라벌이 보이고 그 너머로 동해가 보일 듯한데 뿌연 안개로 보이지 않는다.
▲ 저 산등성이 너머에 진달래 군락지가 있지만 오늘은 `반쪽`이 너무 힘들어 한다. 여기에서 왔던길로 다시 되집어 가기로 한다.
▲ 정상석 뒷면의 시
▲▼ 단석산신선사마애불상군(斷石山神仙寺磨崖佛像群) - 국보 199호 - ㄷ자 형태의 거대한 석실같이 생긴 바위의 3면에
미륵보살상 등 불상을 돋을새김 했다. 일천여년의 풍상에 많이 마멸됐으나 불상의 형태는 여전히 장엄하다.
신라의 화랑들이 이곳에서 불상을 새기고 지붕을 덮어 석굴사원을 만들었다고 한다. 김유신도 이곳에서 수도했다는 명문이
남아 있다는데 마멸이 심해 명문은 찾아볼 수 없었다.
▲ 마멸이 특히 심한 남쪽 벽면, 부처님의 얼굴은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다.
▲ 신선사 턱 아래까지 임도가 개설되어 있는데 임도 중간쯤(나무로 이정표를 새워놓은 곳) 샛길로 들어서면
시원한 계곡의 폭포도 만날 수 있다.
▲ 신선사 뜰에 핀 금낭화. 마애불상군에 혼이 팔려 신선사는 담아오지 못했다. 이런 낭패가.....
▲▼ 산행 초입부터 아카시아향이 계속 따라 왔는데 어디서 나는가 했더니 어름덩굴의 향이 진했다.
▲▼ 피나물 군락 - 특히 신선사 주변에 많았다.
▲ 노루삼
▲ 참꽃마리
▲ 각시붓꽃
▲▼ 현호색(구,댓잎현호색) - 이녀석을 만날줄이야 봄도 지났는데.... 아마도 늦둥이가 아닐까!
산림청산하 국가표준식물목록위원회에서 최근(몇년사이) 현호색과를 양귀비과로 통합하고, 둥근잎,댓잎,애기,빗살현호색을
현호색으로 통합하고, 남도, 털, 가시현호색은 새로운 종명으로 등재 했다고 전한다. 현호색은 변이가 참 심한 종이다.
▲ 현호색 - 꽃은 비슷하지만 잎이 다름을 알 수 있다.
▲▼ 족도리풀 - 이 녀석들은 낙엽위로 잎만 삐죽 나와 있었는데 꽃은 거의가 낙엽속에 있었다.
▲▼ 천난성
▲ 광대수염
▲▼ 선괭이눈
▲ 산괴불주머니와 선괭이눈
▲▼ 애기나리
▲▼ 윤판나물
▲▼ 벌깨덩굴
▲▼ 정상부의 진달래 - 아직 만개하지 않았다.
▲▼ 연달래 - 우리나라 토종 철쭉을 경상도에서는 연달래라 부른다. (진달래-참꽃, 철쭉-개꽃이라 하기도 한다.) - 산 중턱에서
진달래가 지고 나면 연달아 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진달래의 잎과 꽃모양이 비슷하다.
진달래는 꽃이 피고 나면 잎이 나오지만 철쭉은 잎과 함께 꽃이 나고 진득한 액에 독성이 있어 먹지 못한다.
꽃말은 `사랑의 즐거움'이라는데 호기심에 꽃잎을 입에 넣고 씹으면 몹시 아리다. 실패한 사랑의 쓴맛이 이럴까?
* 다녀가는 기념으로 정상석 앞에서 한 컷, 산행도중 부산에서 왔다는 두 어르신을 만나 점심 대용으로
가지고간 쑥떡중 두덩이를 내어 드리고, 우린 일찍 내려가 경주 삼능에 있는 칼국수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꼬마참외 2개, 쑥떡 두어조각으로 허기를 면하고 줄곳 물로 배를 채웠다.
오후 4시가 넘도록 쫄쫄 굶어 생몸살이 다 날것 같은데..., 짜증 안내고 함께해준 아내가 고맙다.
* 2008년 5월 1일
* Nikon D200, 17-55, 105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