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가 고르지 않은 오후 된바람이 빗방울을 허공에 긋고 지난다.
평원을 가득 메운 황금빛 억새들이 춤을 추기 시작한다.
우에서 좌, 좌에서 우, 아래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유연하다. 순리에 거스름이 없다.
그 유유자적(悠悠自適) 억새의 물결이 뭉클, 가슴으로 전해온다.
옹졸한 마음 한편으론 이리저리 휘둘리는 듯 보이지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자신의 분수에 맞게 열어보이는 것이야 말로
우리에겐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억지로 꾸미지 않은 자연스런 아름다움, 본래 그 모습 그대로가
자유스러움이고 아름다움이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어느 자리든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풀과 나무의 가르침,
그 자연의 법칙에서 살아가야 하고
살아가는 이치를 배우고 깨닫는다.
경부고속국도 양산과 통도사의 중간 동쪽으로 솟은 봉우리.
천성산 제1봉인 원효봉이고 그 아래 화엄벌이다.
광활한 9만여평에 이르는 평원이 장관을 이룬다.
산 정상아래 넓게 펼쳐진 평원도 놀랄일이고
늪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더 경이롭다.
처음 화엄벌에 섰을 때 그저 한참을 넋이 빠진 듯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었다.
원효산 화엄벌, 깊어가는 겨울 속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 산행코스 / 대석저수지 - 홍룡사 주차장 - 원효암 - 임도 - 화엄늪 - 홍룡사
^^화엄늪
^^광활한 화엄벌
^^화엄늪에서 지나온 화엄벌과 원효봉정상
^^화엄벌 가는길, 고사목이 여러그루 있고 좌측 정상은 군주둔지라 철조망으로 막아 놓았다.
^^억새들의 군무
^^화엄늪에서 홍룡사로 내려가는 초입, 멀리 양산시가지와 양산천이 보인다.
^^원효암 마애삼존불
^^원효암 벼랑엔 감국이 가을의 끝트머리를 붙잡고 있다.
^^뒤 늦게 핀 한송이 쑥부쟁이꽃
^^쑥부쟁이의 홀씨
^^홀씨(?)
^^홍룡사 입구의 잘생긴 오동나무
^^홍룡사 요사채 마무밑에 장작들이 가지런히 겨울을 기다린다.
^^홍룡사 입구 소나무의 기상
^^홍룡사의 왕대숲
**산행일시 : 2006. 11. 25(토)
**카메라/D70s, 17-55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