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봄은 짧다.
올 봄은 잦은 황사와 장마아닌 많은 비, 그리고 꽃샘추위가 여느해 보다 많았고 그 피해도 컷다.
도시민은 봄기운을 제대로 느끼려 산으로 가지 못해 안달이다.
봄산에 들면 재각각
부산을 떠는 산속 식구들의 부산함이 전해져 올 듯 한데….
마른가지에 물오르는 소리, 그 가지에 새 순 터져나오는 소리, 흙을 밀고
올라오는 꽃과
나물들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봄산은 이산 저산 가릴 것 없이 모두가 찬란한 꽃잔치
중이다.
지금은 철쭉의 계절이다. 하지만 등산로를 조금만 벗어나면 발 디디기가 조심스럽다.
풀섶의 낮은 곳에도 앙증맞은 꽃들이 손을
흔든다. 아뿔사, 밟기라도 할라!
민들래, 돌나물, 할미꽃, 개불알꽃, 양지꽃, 얼레지, 제비꽃, 애기똥풀, 현호색, 꿀풀,
각시붓꽃, 지칭개, 봄구슬봉이, 둥글래, 솜방망이, 애기수영, 산괘불주머니, 뽀리뱅이,
비비추, 돌단풍, 별꽃, 동이나물, 며느리밑씻개…
정겨운 우리 이름의 꽃들이 마치 초등학교 교실에서 선생님의 말씀에 일제히 '저요 저요'하며
고사리 손을 흔드는 것 같다.
사진을 찍어와 모르는 녀석들은 식물도감을 들고 요리조리 대조해
봐도 이 꽃인가
저 꽃인가 헷갈리기 일쑤다.
지난 13일(토) 지리산 바래봉을 다녀 왔다.
철쭉향기가 아찔할 지경이라는
군락지의 만개한 철쭉은 아직 일러 아쉬움이 없지 않았지만,
근래들어 가장 화창하고 맑은 날씨덕에 넓은 지리산의 품에서 한껏 봄의 정취를 누리고 왔다.
남원 운봉에서 오르는 바래봉 코스는 바래봉 바로 아래까지 임도가 잘 돼 있어
남여노소
누구나 크게 힘들이지 않고 다녀올만한 하다.
산 아래는 벌써 꽃이 졌고, 8부 능선까지
절정이었다.
정상과 팔랑치 철쭉 군락지는 아직 10%정도도 개화하지 않은 상태로 5월 말쯤이면
절정에 이를 것 같다.
활짝 핀 녀석들은 말할 것도 없고 파란하늘에 들어나는 올망졸망 올록볼록
꽃몽우리들의
바다는 보는 이들에게 환호성과 탄성을 자아낸다.
*승용차 이용, 남원 운봉읍 용산리 주차장 - 임도 - 바래봉 정상 - 철쭉군락지 팔랑치
- 바래봉 안부 - 등산로 - 운지사 - 주차장(쉬엄쉬엄 4시간)
>>바래봉에서 바라본 지리산- 바래봉에 서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천황봉-제석봉-삼도봉-반야봉-
노고단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래봉 가는 임도 위의 등산로엔 만개한 철쭉이 터널을 이룬다.
>>바래봉 정상 - 입추의 여지가 없다고 해야 할까? 표식과 함께 사진한장 찍는데도 줄을 서야...
>>팔랑치-정령치로 가는 등산로의 철쭉 바다
>>팔랑치 철쭉군락지 - 아직 꽃몽우리 상태지만 그래도 붉다.
>>1970년대 호주의 면양을 바래봉 아래에 대규모로 방목을 했는데, 능선의 풀과 나무들은 죄다 양들이
먹어 치웠는데 유독 철쭉만 그대로 남겨 졌단다. 철쭉엔 독이 있어 양들이 먹지 않았기 때문.
"양들이 가꾼 자연 정원"이란 설명이다.
>>눈부신 철쭉빛
>>동의나물
>>동의나물 군락은 바래봉아래 습지를 따라 넓게 분포해 있다.
>>동의 나물과 함께 군락을 이루고 있는 이 녀석의 이름은 아직 모르겠다.
작년에 핀뒤 마른 꽃대는 어른 손가락 굵기로 1m는 되어 보였다.
잎이 싱싱하다 못해 기운이 넘쳐 흐른다.
>>애기수영
>>노랑제비꽃
>>얼레지
>>제비꽃
>>구상나무 - 바래봉아래엔 구상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다. 아마 전에 불이 난 듯.
구상나무는 층을 이루며 가지가 뻣어 있는데 그 한층이 일년을 나타낸다.
만개해 이제 시들고 말 절정보다는, 곧 다가올 충만한 기운이 가득한, 아니 조금 모자란 듯 함이
넘치는 것보다 어쩌면 더 아름다운 희망이
아닐까?
이른 바래봉 철쭉과의 만남이 잔잔한 파도처럼 편안히 뇌리에 남아 감돈다.
그나저나 이번 주말, 그 다음 주말엔 사람반
철쭉반이 되지 않을까?
올해 제1호 태풍인 '짠쯔'의 영향으로 남부지방에 바람과 함께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별다른 피해없이 지나가 주길 바란다.
낼이 벌써 토요일인데, 피기도 전에 꽃들이 망가질까 걱정이 된다.
*산행일자 2006. 5. 13(토) 카메라 Nikon D70s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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