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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신문속의 오늘

by 실암 2005. 10. 2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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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3

28년전 군대시절에 읽은 책이 기억난다.

지금은 그 내용의 줄거리 조차 어렴풋 하지만 책 제목만큼은 선명하다.

<해방영장>

-한 사내가 몸에 부스럼과 발진이 생겨 좀처럼 낫지 않아 병원을 찾으니 나병이라는 청천벽력의 진단을 받는다.

천형이라는 병을 얻어 강제 격리되면서 소록도에서의 처절한 좌절과 사투, 탈출, 구금, 재 탈출 드의 내용인 듯 하다.-

소록도를 다녀왔다.

고흥반도의 끝, 녹동항 시장에서 건너보이는 자그마한 섬.

하늘에서 보면 어린 사슴을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 소록도.

몇해전 한창 대통령선거로 떠들썩할 때 모 후보의 아들이 이곳에서 자원봉사 한다고 뉴스에 오르내린 곳이기도 하다.

소록도는 녹동항에서 불과 1km정도 떨어진 뱃길로 10분 거리도 안 된다.

이 뱃길은 사람과 자동차 등을 실어 나르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소록도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한센병(나병) 환자들일 것이다.

따라서 한센병 환자와 그들을 치료하는 직원들만의 섬이었으나 지금은 일반인 거주 지역과 환자들 거주지역으로 엄격히 구분되어 있고, 아름다운 경관이 알려지면서 일반인들도 많이 찾는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

이곳 주민은 환자와 국립소록도병원에 근무하는 직원과 그 가족이 대부분이다.

섬 전체가 울창한 산림과 바다로 어우러져 동쪽해안에는 해수욕장이 있고, 섬의 남단에는 소록도 등대가 있어 아름다운 경치를 뽐낸다.

그러나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감탄사가 나올만한 아름다운 경관은 아닌 것 같고,

잘 가꾸어진 정원을 산책하며 건강한 것이 얼마나 축복인가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배에서 내려 조금 언덕진 숲길을 오르면 그림 같은 하얀 성당이 나타나고 중앙공원 까진 자동차가 다니는 길로 걸어가야 하는데 아스팔트길을 걷는 것이 조금은 곤욕이다.

다만 길옆으로는 울창한 숲들로 이어져 있어서 눈 샤워하기에는 더 없이 좋다.

여름 끝에 방문하여 고생이 됐다. 공원은 잘 꾸며져 있으나 마땅히 쉴만한 공간이 부족한게 흠이다.

뱃머리에서 중앙공원까지는 약 2키로 정도의 거리다. 중앙공원을 중심으로 옛날 여러 시설물과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은 정해진 곳, 정해진 길로만 다닐수 있고, 정해진 시간까지만 머물수 있다.

관광객은 오후 6시까지 섬을 떠나야 한다.

중앙공원은 일제시대인 1936년 전국에서 강제로 수용된 나환자들이 동원되어 만들었다는 아픈 사연을 안고 있는데 소나무, 향나무, 산철쭉과 종려나무 등 수많은 나무들이 푸른 잔디와 잘 어우러져 있고, 공원 곳곳에는 나환자들을 위해 헌신했던 사람들의 공덕비도 세워져 있다.

6.25때 이곳을 지키다 순직한 분들을 기리는 순록탑, 육영수 여사의 공덕비, 나환자 시인 한하운 선생의 보리피리 시비(詩碑) 등이 있다

또한 일제시대 나환자들의 수난의 자취가 서려있는 감호소와 검시실, 해부실에선 고통과 통한의 세월속에 스러져간 이름모를 환자들의 신음소리가 들릴듯하다.

그리고 이곳의 인구가 800여명인데 비해 성당, 교회 등은 10여개가 넘는다.

그만큼 십자가 아래 육신의 고통을 영적으로 안위하고자 했던 환자들의 소망때문이 아닐까.

세상의 밝은 빛을 갈망하는 모든 환자들이 완쾌하여 부모형제와 부둥켜 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그날을 기원하며 돌아오는 배에 몸을 실었다.

가슴은 답답하다.

푸른 하늘은 모두를 감싸고 있지만 가슴마다에는 크고 작은 아픔이 훈장처럼 달려 있다.

내 아픔보다 더 큰 아픔을 이고 살아가는 이들을 생각하며 난 행복하다고 자위한다.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라고

일러준 구상선생의 말씀처럼.

소록도. 아픔을 간직한 채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이들.

문드러진 손과 발이 되어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있는 의사, 간호사 자원봉사자들에게 영광이 있기를 기원한다.

 

=통곡의 숲, 이곳에서 가족과의 면회가 허용됐다. 애틋한 가족이건만 부둥켜 안지 못하고 길 왼편과 오른편 가장자리에서 서로 멀찍이 처다만 보며 눈물만 짓고 헤어져야 했다.

=감금실  외부 전경,

=감금실 내부를 둘러보는 여행자들.

=감금실 내에 걸려있는 액자<감금실>

=환자 한분이 고개를 숙인채 빠른 걸음으로 운동을 하고 있다.

=국립 소록도 병원 모습 통곡의 숲이 끝나는 지점에 있다.

=녹동항에서 바라본 소록도 선착장 모습

=들어가는 초입에 있는 그림같이 아름다운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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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東京)지법 민사 3부는 일제 강점기에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 강제 격리되었던 한국인 한센병 환자 117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보상금 청구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가 일본 정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일본의 한센병 보상법 적용을 받는 시설 명단에 소록도 갱생원이 들어있지 않아 일본 정부는 한국 환자들에 대해 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 재판부 판결 요지다. 일본 정부가 2001년 제정한 한센병 보상법은 보상 대상을 '일본 국립 한센병 요양소 및 후생노동상이 별도로 정한 시설에 입소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어 소록도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30분 후 같은 지법 민사 38부는 대만의 한센인 25명이 제기한 소송에서"보상법의 취지는 부당한 격리정책으로 장기간 고통을 받은 피해자들을 폭넓게 구제하는 것인 만큼 법을 소극적으로 해석해 보상을 거부한 일본 정부의 조치는 위법"이라며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30분 새 '한 지붕 두 판결'이 나온 것이다.

법 해석은 판사의 몫이라 하지만 똑같은 법정에서, 똑같은 사안에 대해 엇갈린 판결이 내려진 것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소외계층과 약자의 고통을 외면한 이번 판결은 재판부가 진실과 정의를 외면한 것에 다름 아니다. 더욱이 소록도 환자들은 인권침해는 물론, 민족차별까지 받아 피해정도가 일본인 환자보다 훨씬 심각하다. 일본 정부의 정책에 따라 강제로 수용소에 격리되었던 소록도 한센인들이 일본 정부의 보상 대상에서 제외돼야 할 이유는 없다.

한국 한센인들은 일본 사법부의 가당치 않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방침이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거의 80세를 넘긴 노인들이어서 살아갈 날이 많지 않다. 재판부는 형식논리에 얽매이지 말고 대승적 판결을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정부도 항소심에서 유리한 판결이 나올 수 있도록 적극적인 외교를 펼쳐야 한다.><2005.10.26일자 부산일보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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