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난향

사진과 雜記

by 실암 2005. 5. 4. 14:18

본문


흰 눈이 내리던 날
다소곳이 고개 숙인
춘란 한 송이 바라보며

소박한 아름다운 꽃망울을
드리운 은근과 끈기를 닮은 여인처럼

난의 향기는 마음 깊은 곳 다가와
나는 난향에 취하는데

깊어가는 밤 하얀 선녀처럼
화사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춘란의 향기- 빈 잔 >

오늘 봄기운이 완연하다.
하루하루 빛이 풍성해지는 삼월.
봄맞이 하러 조금 먼곳을 가고 싶은 나른한 오후.
저녁부터 내린 비로 대지가 촉촉하다.
대지가 겨울잠에서 깨어나 세상에 말을 걸어오는 계절이다.

우리집 베란다의 춘란이 어렵사리 노란 꽃을 피웠다.
겨우 두 촉만남아 돌보지도 않은 놈이 여 보란듯이 튼실한 꽃대를 보이더니
한번도 보지 못한 노랗고 큼지막한 귀한 꽃을 피웠다.
등한시한 주인에 시위라도 하듯이......
아내와 다퉈 코를 들이대고 향에 취한다.
있는 듯 없는 듯 여리고 맑은 달콤한 향기에 너무나 행복하다.
향기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 온 정신을 집중한다.
편안해지는 정신, 넉넉한 마음.....
아~ 저혼자 무심히 아낌없이 퍼주는 난 처럼,
얼음조각안에 갇힌 영혼들도 모두 꽃으로피어나길.....
그래서 열심으로 세상을 사랑해야 겠다.  

'사진과 雜記' 카테고리의 다른 글

落花  (0) 2005.05.10
5월 평사리는 지금 꽃잔치 중......  (0) 2005.05.04
봄, 그리고 ....  (0) 2005.05.04
영산 쇠머리대기  (0) 2005.03.02
꽃밥을 먹다  (0) 2005.02.19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