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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벌거지’

사진과 雜記

by 실암 2022. 8. 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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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마당 모퉁이엔 어머니의 작은 텃밭이 있다. 5분 거리에 넓은 밭이 있으나 올해 구순(九旬)을 맞으신 어머니는 거동이 불편하여 마당에 고추며 상추 파 부추 아욱 등을 심어 놓고 찬거리를 만들어 드신다. 그 작은 텃밭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 녀석이 있었다. 아버지 생신을 맞아서 지난 주말 고향을 찾았는데 마당 텃밭 위로 첨 보는 수십 마리의 검은 벌들이 날고 있었다. 다가가면 도망을 가기 바쁘고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았다. 녀석들은 파밭 고랑 곳곳에 열심히 구멍을 파고 있었다. 다가가면 날아갔다가 이내 돌아와서 하던 작업을 계속했다. 자신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는지 이제는 대놓고 다가와 작업을 이어갔다. 어떤 녀석은 배짱이 까지 잡아다 놓고 구멍을 파기도 했다. 처음에는 혹시 벌에 쏘일까 봐 200mm로 떨어져서 촬영하다가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 것을 알고 60mm 매크로 렌즈로 바꿔 녀석의 작업 현장 코앞에다 카메라를 들이댔다. 파밭 고랑에 엎어져 있는 내 모습을 본 우리 어머니는 쟌 또 저서 왜저케여, 이 더우에 클날라고!” 이날도 어쩌다 벌거지(벌레)’에 필이 꽂히던(?) 날이었다.

 

 

확인해 본바, 이 녀석은 구멍벌과의 홍다리조롱박벌.

몸은 검은색 다리는 붉은 색으로 먹이는 나뭇잎에 붙어있는 유충이나 배짱이, 쌕쌔기(여치류) 등이다. 산란기에는 암컷이 땅굴을 파고 먹이를 잡아 마취시킨 뒤 넣어놓고 먹이에 알을 낳는다깨어난 애벌레는 그 먹이를 먹고 자란다.

 

 

 

 

 

 

2022년 7월 30일 경북 상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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