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철갑 현수교 건너에 바다 안개가 뭉쳐 있다. 철갑 현수교는 바람과 태풍, 지진에도 요지부동 서 있다. 바다 안개는 분명 보이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신기루 같은 존재. 바람이 잠들어 바다도 숨을 죽이고 안개는 제자리걸음이다. 마치 현수교와 거리를 두고 대치하는 형국이다. 미려한 현수교 너머로 바다 안개도 일자(一字)로 간결하다. 이것저것 많은 것을 담지 않았다. 군더더기 없는 풍경은 낭비도 누락도 없이 평온하다. 수백 척 왜적과 맞선 이순신 장군의 한 줄기 일자진(一字陣)을 바다 안개가 그렸다. 보이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존재, 장군의 지략 같은 ‘바람 불고 물결 높은 날’ 난공불락의 거대 철재 현수교도 거뜬히 묻어 버릴 수 있는 힘을 가졌다.
2022. 6. 30. 부산 금련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