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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퇴직을 하다.

장삼이사

by 실암 2014. 10. 31.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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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셀카 자화상 - 2014 부산 아트쇼에서>



오늘 '10월의 마지막 날'  정년퇴직을 했다.

고마운 정년이다. 햇수로 31, 유장한 세월을 한 직장에서 보냈다.

한세대를 30년이라고 한다. 세대가 바뀌는 세월을 온전히 한 직장에서 보냈다.

스스로 자랑스럽고 긍지가 느껴진다. 한세대가 흐른 셈이니 금석지감이라는 말이 절절히 가슴에 와 닿는다.

무엇보다 요즘같이 불확실한 시대에 정년퇴직을 할 수 있었다는 게 정말 기쁘다.


근래 세상의 변화만큼 직장 문화도 많이 변했다. 들고 난 사람은 물론,

시스템도 아날로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었다. 압축 세상을 경험한 것 같다.

눈치도 없고, 순발력도 떨어져 급변하는 문화에 겨우겨우 살아남았다.

그 와중에 기다리던 정년퇴직을 하게 되니 안도와 긍지가 느껴진다.

또한 의무와 책임에서 벗어나게 되어 더없이 기쁘다.

 

IMF와 계속되는 불경기에 자의반 타의반 구조조정이란 미명아래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떠나던 동료들의 젖은 눈망울은 지금도 눈에 선하고 잊을 수 없다.

그러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쓴 지난날이 인생의 쌍곡선을 그리며 가슴에 깊게 남아 있다.

이제 겨우 집에 들어앉은지 한 달(퇴임준비 휴가), 일벌레처럼 살다가 두부모 자르듯 하루아침에 일없는 날을 맞이하고 보니

희망보다는 한창 일할 나이에 밀려 났다는 상실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

 

정년퇴직을 하고 보니 비로소 내 자신을 뒤돌아보게 되고 그동안 살아 왔던 삶이 보람보다는

오히려 후회스런 일들만 주마등 같이 스쳐 지나간다.

직장인 7~80%가 은퇴 준비를 하지 않은 채 퇴직을 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전혀(?) 노후 대책에 소홀 한 탓에 당장 가정경제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인생을 미리 살아 볼 수 있다면 이런 상황을 만들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은 흘러갔으며, 퇴직은 하고 말았으니

지금부터라도 노후 설계 제대로 해서 남은 인생 보람차고 후회 없도록 체계적으로 고민해 봐야겠다.

 

100세 시대와 노후의 삶을 걱정하는 오늘,

인생 2막에서 3막까지 준비해야 한다는 중요성까지 주목 받고 있다.

우왕좌왕 아무 대비책도 없이 지나온 게 후회스럽기만 하다.

인생 2막과 3막의 커턴 뒤에 초라하게 서있는 이 시대의 아버지들을 위해

일감을 만들어 주는 살맛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 만 57세, 정년퇴직을 하던 날 저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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