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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문편지의 추억

장삼이사

by 실암 2012. 6. 8.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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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40년이 지난 뒤에 전선에서 보낸 편지가 도착한 사연이 신문에 실렸다.

1966년 12월 강릉이 고향인 권순환 일병은 월남 파병 1년 뒤 '부모님 전상서'로 시작하는 편지를 먼저 전역하는 전우의 편에 부쳤다.

그러나 권일병은 55일 뒤인 68년 1월 한 전투에서 전사했다. 전사 소식을 접한 동료 병사는 고민 끝에 편지를 전달하지 못하고 간직하게 되었다.

제때 편지를 전달하지 못한 후회와 자책감에 40여년을 시달리던 전우는 2010년 강릉보훈지청에 빛바랜 편지를 보내게 되었다. 

연락을 받고 달려온 권일병의 여동생은 어머니 산소를 찾아 늦게 도착한 오빠의 편지를 읽어 드렸다.

87세의 늙은 아버지는 아들의 편지를 가슴에 품고 동작동 현충원을 찾아 "편지 잘 받았으니 이제 편히 쉬어라"고 말이 없는 아들에게 당부했다.

 

'전선에서 온 편지'를 보니 문득 제대할 때 가지고 나와서 간직하고 있는 위문편지가 생각났다.

당시에는 위문편지를 쓰며 자라고 군에 가서는 위문편지를 받으며 위로를 받던 시대였다.

지금은 군에 있는 아들에게 형제, 친구와 연인이 보내는 편지 정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것도 이젠 온라인의 이메일이나 영상 편지가 대신한다고 하니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1978년 5월부터 1981년 1월까지 3년(33개월)여의 군대 생활 동안 3회에 걸쳐 위문편지를 받은 것 같다. 

연말연시, 크리스마스를 전후해서 위문품과 함께 위문편지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당시 위문편지는 한 모금의 생명수처럼 군 생활에 활기를 불어 넣어 주던 존재였다.

특히 여고생이 보내준 위문편지를 두고 서로 차지하겠다고 다투던 -물론 선임병의 차지였지만- 병사들의 얼굴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미지의 위문편지 속의 여고생과 편지를 주고받다가 휴가 때 만났다는 병사도 있었고, 새 하얀 깃에 까만 교복을 입은 소녀의 사진을 받고

자랑하던 구릿빛 병사의 환한 웃음도 눈에 선하다.

그때의 여고생들도 이제 한창 아들들을 군에 보내야 하는 나이가 되어 있을 것이다.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그 시절 전우들도 이젠 흰머리에 주름 많은 중늙은이로 변해 있을 것이다.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지, 보고 싶다 전우들아!

  

 

 

 

 

 

 

 

 

 

 

 

 

 

 

 

 

 

 

 

 

 

          아래 글과 그림은 제대를 기념하여 만든 글과 그림첩의 일부다.

          당시에는 병사가 제대를 할 때 추억에 남을 글들을 써 주는 것이 유행이었다.

 

 

 

 

 

 

 

 

 

 

 

 

 

 

 

 

 

 

 

 

 

 

 

 

 

-6월 호국보훈의 달에 군생활을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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