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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을 품은 남자'

장삼이사

by 실암 2012. 5. 2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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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이런 일이'

         TV 속에서나 나올 법한 '사건'이 나에게 일어났다.

         머리 속에 바늘이 들어 있다니...

 

         지난 토요일이었다. 새벽 촬영을 나갔다가 일찍 들어와 소파에서 쪽잠을 자는데 아내가 깨웠다.

         "왜 이렇게 불편하게 자느냐, 방에 들어가서 편하게 자라"고 해서 방으로 들어가 누웠다.

         비몽사몽 잠이 들었을까말까, 그 순간 갑자기 뒷머리에서 폭죽이 터지는 듯 강한 느낌을 받고 벌떡 일어났다.

         뒷머리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주 강한 충격이 일어났는데 통증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거짓말 같았다.

         꿈이었을까 생각해 보니 꿈은 아닌 것 같고 처음 겪는 일이어서 왠지 불안했다.

         혹시 뇌졸중의 전조 정상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뇌리에 스치자 가슴이 방망이질을 하면서 더욱 불안했다.

         아내도 병원에 가 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을 했다.

         그러나 응급환자도 아니고 주말 저녁이라 병원에 가도 별 뾰족한 수도 없을 것 같았다.

         다행히 더 이상의 증상 없이 그날 밤과 일요일을 무사히 넘겼다.

 

         월요일 오전, 의사를 만나보니 그런 증상은 뇌동맥이 꽈리처럼 부풀었을 때, 또는 심한 스트레스 등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검사를 해보기 전에는 뭐라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처음 해보는 MRA 검사, 기기의 원통 안에 머리를 넣으니 마치 아스팔트를 깨는 굴착기의 굉음이 들려 왔다.

         그것도 잠시 소리가 멈춰지고 기기 밖으로 머리를 꺼내더니 담당 선생이 물었다.

         "혹시 머리를 수술한 적이 있느냐?“, "없다"고 하니 "그럼 가발이냐?"고 물어서 "아니다"고 대답했다.

         그러곤 손으로 내 머리를 만져 보더니 '머리에 금속 성분이 있다'고 계기판에 나타나는데 이상하다고 했다.

         그렇게 하여 40여 분을 4시간 보다 길게 느껴지는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혈관은 특별한 이상이 없으나 좌측 뇌의 정수리 부근에 금속이 들어 있다는 소견이었다.

         영상을 보니 하얗게 혈관이 찍혀 있어야 할 자리의 일부가 탁구공 크기만큼 검은 색으로 막고 있었다.

         의사는 금속이 들어 있을 때 고주파를 방해해서 이 같은 현상이 나오는데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머리 속에 금속이 들어 있다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머리를 다친 적도 수술한 적은 더더욱 없었다.

         의사도 처음 겪는 일인지 적잖이 놀라는 기색이었다. 청천벽력이었다. 오만가지 생각이 잠깐 사이에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다시 머리 X선 촬영 결과 문제의 금속은 바늘로 밝혀졌다. 머리 정수리 부분 좌측에서 부러진 바늘이 선명하게 찍혀 나왔다.

         X선의 단순함이 초정밀 MRA를 극복하는 순간이었다. 바늘은 다행히 두피에 가로로 박혀 있어서 특별히 위험한 상태는 아니라고 했다.

         혹시 바늘이 돌아다니지는 않겠느냐고 물었더니 두피에 고착화되어 굳어 버렸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의사가 "참 특별한 분입니다."며 웃었다.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머리와 관련해서 지금까지 바늘이 박힐 만한 외상을 경험한 적이 없으니, 아주 어릴 때 일어난 일이 아닐까 추측된다.

         해외토픽에서 머리에 못이 박힌 채 살아 왔다는 뉴스를 접한 기억은 있지만, 나 자신이 머리에 바늘이 박힌 줄도 모르고 아무렇지도 않게

         50년을 넘게 살아온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다.

         나는 매일 아침 머리를 감을 때마다 손가락에 각을 세워 박박 문질러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아내는 나의 이런 모습을 보며 점점 줄어드는 머리숱을 걱정하며 대충하라며 성화를 대기도 한다.

         모르는 게 약이라더니 그날 이후 바늘이 들어 있는 부분은 문지르기가 조심스럽다. 세게 문지르다 바늘이 일어나 찌를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든다.

         자연스럽게 어린아이 머리 감기 듯 머리카락만 어루만지는 부드러운 샴푸질로 바뀌었다.

         그동안 한 몸으로 살아온 반 토막 바늘을 덜어 내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다.

  

 

 

 

부러진 바늘이 선명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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