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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꽃

들꽃뫼꽃

by 실암 2010. 4. 22.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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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할머니는 작은 키에 허리가 굽어 콩밭에서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왜소했습니다.
그렇지만 손자들에 대한 걱정은 늘 끊이지 않았습니다.
"깊은 물에 들어가지 마라"
"천천히 걸어라, 넘어 진다"
추우면 감기 들라, 더우면 더위 먹을라!
잔기침에도 머리를 짚어 보시고, 머리맡에서 밤을 지새우곤 하셨습니다.
없는 살림에 할머니께만 쌀 섞인 밥을 드리면 늘 손자들을 위해 남기셨습니다.
남긴 쌀밥을 서로 차지하려고 동생과 다툼도 많았습니다.
할머니를 서로 껴안고 자려고 잠자리까지 다툼이 이어지곤 했습니다.
결국은 할머니의 몸을 38선으로 갈라 반씩 차지하고 잤습니다.
물론 풀자루 같이 늘어진 할머니의 젖을 한쪽씩 차지하기 위함입니다.
슬쩍 동생이 쥐고 있는 젖을 탐하기라도 하면 또 한바탕 소동이 일어납니다.
"이놈들아 할미 젖 떨어지겠다"
할머니는 늘 말씀하셨습니다.
"내려 보고 살아라, 올려다보면 한이 없다"
손자들은 할머니 바람대로 큰 상처 없이 곱게 자랐습니다.
새벽 <박샘>에서 두 손 비비며 빌고 빌던 할머니의 잔잔한 음성이 그립습니다.

 

 

어느 할머니 할아버지 묘지가 온통 할미꽃 밭으로 변했습니다.
불손한 봄을 나무라듯, 고운 자태에 눈이 부십니다.

 

 

 

 

 

 

 

 

 

 

 

 

 

 

 

 

2010.  4.  17.   경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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