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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 산행

구름하나 바람소리

by 실암 2008. 12. 3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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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해의 잎이 달랑 두장만 남았다.
                    덧없음을 놓칠세라 무던히 애쓴 한해였다. 무리 밖으로 내쳐지지 않기 위해 버틴 한해였기도 했다.
                    무자년 새해를 들어서며 일상에서야 늘 비슷한 다람쥐 쳇바퀴 같은 업무의 연속이겠지만
                    일상을 벗어나서는 들꽃들과의 만남과 산행을 열심히 해보자는 것이었다.
                    자충우돌 이곳저곳의 들꽃방을 기웃거리며 우리꽃과 친해지기에 나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산행은 절반의 성공에도 후한 점수를 주고 싶지 않다.
                    지난 8월 동창회에서 삐끗한 무릎 때문에 하반기에는 산행다운 산행은 하지 못하고 계단 보다는 엘리베이터와 친했다.
                    그 와중에도 간월산에서의 두 번의 운해산행은 간고등어 맛 같이 짭짤하다. 
                    무리한 간월산 촬영산행 덕분에 무릎은 더 오랜 시간 침묵을 요구했지만.

          
                    27일 황령산우회 40여명과 한해를 마무리하는 송년 산행을 다녀왔다.
                  밀양 정승봉과 실해산, 영남알프스의 줄기에 속한 산인데 산꾼들에 널리 알려진 산이 아니라 한적했다.
                    그것을 반증이라도 하듯이 산행 중 우리 일행을 빼곤 산행 말미에서 만난 나홀로 산꾼이 유일하다.
                    부드러운 흙길과 계속되는 낙엽 융단길, 무엇보다 제법 많은 눈이 남아있어 산행 내내 행복한 걸음이었다.
                    능선은 작은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 같아 걷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산행대장은 동네 뒷산을 가는 기분으로 오르면 된다고 해서 큰 걱정은 않고 출발했다.
                    실해산 정상까지는 1시간 30분, 이어 1시간 정도 하산하면 산 아래 가든에서 특별한(?)

                    점심 파티가 기다린다니 발걸음이 가볍다.
                    그러나 몇 개월을 방치한 몸은 작은 오르막에도 제동이 걸리고 온몸은 삐걱대기 일쑤였다.
                    처음에는 허리가 끊어질듯 하더니 정승봉을 오를 쯤에는 고관절에 통증이 밀려 왔다.
                    정승봉을 지나 다시 곤두박질치듯 얼마를 내려왔는지 능선을 버리고 산허리를 감고

                    이어지는 완만한 낙엽길에 와서야 통증은 사라지고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실해산 정상은 어디쯤일까, 다시 능선과 만났을 때가 산행을 시작한지 벌써 2시간 30분.
                    산행대장의 말대로라면 지금쯤 산행종료 후 점심장소인 가든에 있어야할 시간 아닌가.
                    중간에 쉰 시간이라고 해봐야 정성봉과 그 산허리부근에서 10여분 정도가 고작이다.
                    이젠 장딴지가 슬금슬금 당겨오는데 걱정이다. 걱정했던 무릎인대는 탈이 없어 그나마 다행이다.
                    `실해산 정상은 언제 나오는 거야' 혼자 말처럼 주위에 물어보지만 아무도 대답하는 이는 없다.
                    이어지는 완만한 내리막길과 부드러운 흙길, 그리고 낙엽으로 덮인 오솔길은 다리걱정을 싹 가시게 했다.
                    결국 정승봉 아래에서 능선을 버리고 산허리로 감아 돌때 실해산을 우회한 것이 아닐까 짐작된다.
                    실해산 정상도 찍지 않고 3시간 40분만에 도착한 가든엔 흑염소 불고기가 지친 산꾼을 기다리고 있었다.
                    허기진 배를 채우고 한 순배 두 순배 건배제의가 이어지고 두어 시간 족구 등으로 여흥을 즐겼다.
                    남은 산행은 가든에서 산 아래까지 비포장과 시멘트길, 1시간여 지루함 끝에 산행을 마무리했다.

                    도래재 - 정승고개 -  정승봉 - 안부 -  실해산 -  끝방재 -  정승동(가든) -  도래재(걸은 시간만 4시간 40분)


                    다가오는 기축년 소의 해에는 소처럼 묵묵히 인내하며 뚜벅뚜벅 서두르지 않고 나아가길 바란다.
                    기쁨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새로운 한해의 산행이 되길 간절히 기도한다.
                    함께 해준 황령산악회 회원님들 내년에도 파이팅입니다.

 

         

                    정승봉가는 능선에서 바라본 실해산과 주변산군. 

                    <이하 사진은 산행순>

 

 

                    산행시작전 산행코스와 유의사항을 듣고

 

 

                    카레이스키(리시아의 고려인)가 즐겨쓰던 털모자가 잘 어울리는 황령산우회 회장님인 가스뱅크님, 배려에 감사합니다.

 

 

                    09:40 산행시작 부드러운 흙길이 이어지고

 

 

                    정승고개엔 내린눈이 많이 남아 있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직진하면 정승골, 우린 오른쪽으로....

  

 

 

                    계속 이어지는 잔설에 기분이 좋지만 낙엽위에 눈이 덮여 있어 조심조심

 

 

                    오른쪽으로 편쳐지는 영남알프스의 산군들, 아마도 천황산, 재약산이리라

  

 

                    오늘 가야할 산군 멀리 보이는 산이 정각산이고 그 못미처서 하산이다.

 

 

 

                    오르락내리락 눈길이라 힘겹지만 눈이 귀한 곳에 살다 보니 즐겁기만하다.

 

 

                    사진 중앙에 작은 흰점이 우리가 점심을 먹기로 한 가든마을(정승골)

 

 

 

                    11:07 정승봉에 도착 

 

 

                    정승봉에서 내려오는 길은 심한 까플막, 조심조심 또 조심 눈길에 유난히 약한 부산사람들,ㅎㅎㅎ

 

 

                    정승봉에서 실해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칼바위구간도 있고....

 

 

                    나아갈 방향의 산 봉우리, 짐작컨데 저 봉우리가 실해산이지 쉽다. 저 산 허리를 돌아 나아갔다.

                    선두가 길을 잘 못 잡은 것은 아닐테고 꼴찌 앞잡이인 후미는 따라갈 수밖에 없었지만 정상을 밟지 못하고 표지석을 사진으로 담지 않아 아쉽다.

                    인증샷이 없으니 실해산 산행은 무효인가?ㅎㅎㅎㅎ

 

 

                    미끄럽고 좁은 길이라 정체가 되고

 

 

 

                    실해산 허리로 이어지는 낙엽융단길

 

 

                     나목사이로 보이는 지나온 산등

 

 

                    산허리를 돌아 다시 능선과 만나니 눈길이다.

 

 

 

 

                     끝방재와 정각산 갈림길, 능선을 버리고 이제 하산이다.

 

 

                    부드러운 낙엽오솔길이 이어진다.

 

 

                    13:14 가든도착  언 계곡에 어릴때 탓던 스게또(썰매)? 신이난 어른 아이들.....

  

 

                    정승골 계곡을 따라 내려오며 본 감나무엔 감이 그냥 달려 있다. 민가가 있던 곳곳의 감나무는 딸 사람도 까치도 없는지 그냥 말라 버렀다.

  

 

                    이어지는 계곡에 그냥 방치된 감나무와 고욤나무가 많았다. 내년 가을엔 감서리도 좋을 것 같고 빛 좋은날 사진 소재로도 좋을듯.

                    2008년 12월 28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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