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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동기회 (II)

장삼이사

by 실암 2008. 11. 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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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면 꼭 만나야 할 사람들이 있다.
        바로 초등학교 동기들이다. 세월이 갈수록 잃어버리면 안 되는 것 중에
        마누라(남편), 건강, 친구, 취미, 그리고 쓸 만큼의 돈의 순이라 했으니
        친구는 세 번째, 취미와 돈보다도 더 귀한 존재다.
        지천명의 중반인 우리들의 모습이 단풍이 곱게 든 가을이라 생각된다.
        흰 머리칼이 늘고 넓어진 이마에 주름살이 속절없이 깊어만 간다.
        그러나 하늘의 이치를 알고, 철이 들어 비로소 부모님의 애틋한 사랑과
        회초리 든 애린 마음도 헤아릴 수 있는 나이이니 진정 인생의 황금기가 아닐까.

        돈과 명예와 사랑을 넘어 소싯적 친구를 만나러 달려갔다.
        옛 기억도 더듬고 아름다웠던 동심도 맛볼 수 있었던 문경새재 1박2일.
        앞앞이 근심 걱정이 없을까마는 세상일 잠시 내려놓고 아이의 풍선 같은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안(利安)초등학교 제24회 동기회(1968년 졸업), 한자말처럼 이롭고 편안한 사람들이길...

        그리고 자잘한 추억이 푸른 멍처럼 온몸에 들었으리라.
        짧았다. 아쉽다. 그래서 더 애틋하다.
        2관문까지 두서없이 소란스런 아이들의 소풍이었다.

 

 

       1관문앞 - 늙은 감나무는 잎을 죄다 떨구고 붉은 감을 달고 있다.

       날씨는 흐린 듯 안개에 쌓여 조령산도 주흘산도 조망이 안된다. 

 

 

      관문을 들어서며

 

      제1관문인 주흘문(主屹門)을 들어서서 첫 단체사진을 찍고....

 

 

      제1관문에서 2,3관문까지는 마사토를 깔아 맨발로 트레킹할 수 있도록 잘 닦아 놓았다.

      가을 가뭄으로 예년같이 단풍이 곱진 않지만, 가을분위기는 충만하다.

 

  

 

      오르는 도중 성벽아래에 있는 자작나무들, 자작나무는 어딘지 모르게 마음을 짠하게 한다.

 

     

      나무다리에서도     

 

 

      돌탑에서도 찍고, 또 찍고

 

 

 

      30여명이 올라 앉아도 넉넉한 구들장 바위에서

 

 

      잘 정비된 대로를 벗어나면 옛 과거길이 나타난다.

 

 

       손에 잡힐 듯 감나무도 있고

 

     

       쉬엄쉬엄 어느덧 2관문 조곡교(鳥谷橋)와 조곡관(鳥谷關)에 닿았다.

 

     

      조곡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또 찍고..... 썬그라스 이친구는 사진을 너무 좋아해!ㅎㅎ

 

 

 

     

      조곡교 아래의 계곡이 말라있어 안타깝다.

 

 

 

 

 

 

      일회용 필름카메라로 가을을 담고 있는 소녀가 예쁘다. 

 

 

      옛 과거길로 들어서면 중간쯤 노천카페가 있다.

      주인장과 부인이 부는 섹스폰 음악에 이끌려 자연스레 간이 의자에 앉게 된다.

 

 

      오~데니보이, 남자라는 이유로, 사나이 눈물...... 신청곡을 즉석에서 받아 불러준다.

      가슴을 후벼파는 섹스폰 소리가 그 자리에 주저 앉게 만든다. 

      남편은 테너섹스폰, 아내는 알토섹스폰을 분다.

 

 

 

      올라가면서 들은 주인장의 섹스폰 소리에 취해 다시 들렸는데 뜻밖에 안주인이 불고 있다.

      가만히 앉아 있을 우리 친구가 아니다. 친구 두녀석이 무대에 올라 박수를 유도하며 너스레를 떨어 좌중에 폭소를 자아내게 했다.

 

 

       소리에 이끌려 앉아서 듣고 가면 그뿐, 음식 주문은 받지 않는다.

       굳이 먹으려면 주방까지 가서 주문해야 한다.

 

                               

                               또 다른 주막에서 2차를......

       

     

      이른 아침의 관문앞 모습.  노랑은행잎은 파란 하늘이 제격인데 하늘을 원망하진 않는다.

      군더더기 없이 깨끗한 은행잎은 회색하늘에도 아름다움이 넘친다.

 

 

 

                               동향에서 동기로 / 같은 곳에서 일했거니
                               이제 오늘 함께 / 돌아가지 못해 아쉽네
                               온 산에 가득한 단풍 / 그대 부러워 마시게
                               고향의 천 그루 매화 / 얼마 뒤 꽃 피울 테니 

                               <조령에서 이별하며, 이시발>

 

                              * 이시발(李時發 :1569∼1626) : 어려서 고아로 자람. 조선 인조(仁祖) 때의 문신.

                                 임진왜란 때에 공을 세운 무인이기도 함. 이괄의 난 때 부체찰사로 진압군을 지휘했고,

                                 군사, 행정 실무에 밝았다. 형조판서와 하경감사를 역임했음.

                              * 이 시는 조곡관 숲 약수터에 앞 나무에 달려 있다. 

 

                              2008년 11월 2일 문경새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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