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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한 줌, 반가운 꽃

들꽃뫼꽃

by 실암 2008. 10. 1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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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동네를 한 바퀴 돌고 왔습니다.
  지난 방문 때 찍어 드린 할아버지의 사진도 드릴 겸 해서 입니다.
  집집마다 뜰에 유난히 화분이 많은 동네입니다.
  가난하게 살아도 오밀조밀 작은 행복을 집안 가득 들여 놓고 살지요.
  가을이라 꽃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깊은 가을인데도 더운 날이 이어지고 있으니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경제파탄에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극심한 가뭄에다 가을더위까지 힘들게 합니다.
  이 모두를 날려버릴 시원한 소나기 한 줄기가 간절한 오늘입니다.

 

 

  매마른 시멘트 벽을 기어올라 피운 호박꽃이 힘겨워 보입니다.

  누군가 그려 놓은 헛꽃에 비해 형편없는 몰골이지만 지난 여름 여린 잎과 애호박은 밥상위에서 별미로 인기가 좋았지요.

 

  달랑 한장 남은 담쟁이 잎도 누군가에겐 희망으로 남을 것입니다.

 

 

 

  벽면 전체를 장식한 장미가 화려하지만 비루한 내면의 삶까지 감추진 못합니다.

  회색 하늘아래 빨래들도 가난을 달고 있습니다.

 

  북향의 담아래 자리잡은 여뀌가 잠깐씩 들어오는 빛을 향해 고개를 쭉 내밀고 있습니다.

  잠시 잠깐 들어오는 빛이 이들에겐 생존과 종족보존의 바로미터가 아닐까요.

 

 

 

  한 여름을 식힌 그늘막을 타고 나팔꽃이 수를 놓았습니다. 

  검은 무늬에 녹색과 보라색이 썩 잘 어울립니다. 세상을 디자인하는 예쁜 나팔꽃이네요.

 

  참나리가 씨방을 달고 있습니다. 이제 곧 어미품에서 떠나야 할 자식 걱정을 하고 있을까요!

  온통 시멘트길에 사방이 막혀있는 좁은 골목인데 어디에서 뿌리를 내릴지....

 

 

 

  닭의장풀 증명사진입니다. 배경이 깔끔한 곳에 자리를 잡았네요.  

 

 

  중심자목, 중앙에 한 송이의 꽃을 피우는 천일홍입니다.
  더위에 지쳐 헉헉대고 있는데 이 녀석들은 제 빛을 잃지 않고 여전히 싱싱하고 씩씩합니다.

  그래서 천일홍인가요.

 

 

 

  골목길 시멘트 벽 틈에 피워 올린 흰샤프란꽃 한송이입니다.

  화려한 날은 가고, 화분에서 버려져 모진 생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2008.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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