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도 야음(閑山島 夜吟)
한 바다에 가을빛 저물었는데
찬바람에 놀란 기러기 높이 떴구나
가슴에 근심 가득 잠 못 드는 밤
새벽 달 창에 들어 칼을 비추네
(水國秋光暮 驚寒雁陣高
憂心輾轉夜 殘月照弓刀)
<김훈/칼의노래 첫장중에서>
임진왜란을 맞아 이순신장군(48세)은 밖으로는 왜적과 싸워야 했고,
안으로는 왕의 견재와 붕당싸움에 혈안이던 간신들의 모함과,
천병(天兵)이라 부르며 오만과 멸시로 일관하는 명나라 장수와도 싸워야 했다.
오직 장군의 편은 부하들과 충신 류성룡, 불쌍한 백성이 아니었을까.
통영 한산섬은 이처럼 왜적은 물론 내부의 적과 싸워야 했던 장군의 고뇌와 외로움과
고독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곳이다.
소설 '칼의 노래'와 TV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보면서 가슴 아파했던 기억들이
이날 궂은날씨 만큼이나 스며들어 옷깃을 여미게 했다.
지난해 12월에 다녀온 통영에서의 잊지 못할 1박2일의 추억을 오늘 싣는다.
制勝堂과 수루
제승당자리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장군이 본영을 설치하고
삼도수군통제사(三道水軍統制使)의 직무를 수행하던 곳이다.
본래 여수에 있던 통제영을 1593년(선조 26) 8월 충무공(59세)이 이곳으로 옮겼으며,
1597년 2월 26일 군공 날조와 임금을 기만했다는 죄목으로 이곳에서 체포되어
압송될때까지 3년 8개월 동안 생활하였다.
후임으로 원균(元均)이 임명되었다.
지금의 제승당 자리에는 장수들과 작전회의를 하던 운주당(運籌堂)이 있었는데,
충무공이 떠난뒤 폐허가 되었다. 그 후 1739년(영조15년) 통제사 조경(趙儆)이
유허비(遺墟碑)를 세우면서 운주당 터에 제승당(制勝堂)을 건립하고 현판도 직접 썼다.
1976년 새로 지어 오늘에 이른다.
수루(戍樓)-'한산대첩기념비'가 멀리 보인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戍樓)에 혼자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 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충무사-이순신장군의 위패와 영정을 모신 곳
충무공 이순신장군은 덕수이씨로 1545년 3월 8일생이다.
1592년 48세에 임진왜란이 터지자 거북선을 이끌고 5월 7일 제1차 옥포해전에서 왜적을 무찌르기 시작,
14차례의 해전에서 모두 승리하였다.
1598년 11월 19일 노량해전에서 전사하니, 58세였다.
한산대첩도 - 학익진, 한 줄 일자진으로 적을 막다
임진왜란시 우리민족의 3대 대첩(大捷)은
이순신장군의 한산도대첩(1592년 7월 7일, 선조25년),
권율장군의 행주(幸州)대첩(1593년 2월 12일, 선조26년),
김시민장군의 진주성대첩(1592년 10월 5일,선조 25년)이다.
한산정- 충무공이 부하들과 활쏘기를 하던 곳. 바다 건너에 과녁이 있다.
역사상 최악의 임금 중 한명인 선조와
군사와 민심, 천심까지 한몸에 받았으나 죽음으로 나라를 구하고자 했던
충무공의 삶의 궤적에서 가슴이 아려온다.
충무공의 3대 정신은
-나보다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멸사봉공의 정신
-거북선과 조총을 새로이 만든 창의개척의 정신
-미리 전쟁에 대비해 적을 물리쳤던 유비무환의 정신이다.
제승당을 둘러보고 유람선을 타고 나오는 중.
통영 유람선 선착장에서 한산도까지는 뱃길로 약 30분이 걸린다.
배에 내려서 1시간정도 제승당등을 둘러 보고 다시 유람선을 타야 한다.
유람선은 1시간 간격으로 운항한다.
팔손이 나무
제승당 입구엔 온통 사시사철 푸른 팔손이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미륵봉 461m
미래사 입구에서 미륵봉 정상까지 쉬엄쉬엄 1시간이면 족하다.
산행 중 아직까지 정상에서 태극기가 펄럭이는 모습을 본 것은 이곳이 처음이다.
통영이 고향인 멋진 친구모습, 졸복 점심, 다찌집의 소주, 충무김밥, 시장 추어탕,
무엇보다 푸진 웃음...., 통영이 이젠 내 고향처럼 정겹고 푸근하다.
미륵봉에서 바라본 한려수도의 서광
종일 궂은 날씨속에 비가 오락가락했는데 미륵봉 정상에 다다를 쯤
짙은 구름층을 뚫고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미륵봉 봉수대 아래에 케이블카 건립 공사가 한창이었다.
1시간이면 넉넉하게 미륵봉을 오를 수 있는데 더 빨리 더 많이 편리하게 사람들을 옮겨 놓기 위해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중이다. 지자체 수입도 중요하지만, 산은 지금 신음중이다.
미래사
미륵봉 아래 미래사는 작은 절이지만 잘 꾸며져 아담하고 고즈넉하다.
절 마당의 가장자리엔 여러 관상목과 수생식물이 즐비했다.
미래사 한 켠 옹기그릇에 개구리밥과 부래옥잠의 마지막 자태가 곱기만 하다.
미래사 주변은 온통 편백나무 숲으로 덮여 있다.
편백나무는 치톤피드 향을 가장 많이 뿜어 내어 산림욕으로 으뜸으로 친다.
마침 비가 내려서 그 향이 주위에 진동을 한다. 흠뻑 취했다.
미래사 화단의 예쁜 치자나무
음식물을 물들일때 사용하고 한약제로도 쓰인다.
흰색의 꽃잎은 8개로 마치 바람개비 같다.
통영은 1년에 두어번씩은 꼭 가는 곳인데 한산도와 미륵봉은 이번에 첨 갔다.
갈 때마다 새로운 통영, 올 해도 벌써 마음이 설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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