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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 단상

사진과 雜記

by 실암 2021. 11. 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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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면 초가집 흙담에 기대어 자라던 감나무와 툇마루 가득 붉은 고추를 말리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초가집은 이제 민속촌이나 가야 볼 수 있고 고추는 인공건조기 안에서 말리지만 감나무 만은 지금도 우리 곁에서 한결같다. 산처럼 높은 봉우리의 신라 왕릉 앞에 늙은 감나무가 붉은 감을 주렁주렁 달고 있다. 가을 하늘 아래 초록빛으로 곱게 단장한 고분과 주홍빛의 감나무가 정겹고 아름답다. 조율이시(棗栗梨枾), 대추 밤 배와 함께 제사상 맨 앞에 놓이는 감(곶감), 수확 후 감나무 꼭대기에 겨울철 까치밥으로 마지막 몇 개를 늘 남겨 주시던 아버지의 마음을 오늘 이곳에서 다시 읽는다.

 

2021. 10. 25. 부산진구신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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