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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양이'의 눈빛

사진과 雜記

by 실암 2021. 10. 2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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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속 작은 암자로 쏟아지는 가을 햇볕은 따뜻했다잎을 다 떨군 뜰 앞의 감나무는 붉은 감을 파란 하늘에 비추고 있었다. 오늘따라 법당에서 들려오는 비구니 스님들의 불경 외는 소리엔 간절함이 묻어있었다. 어느 분의 제를 지내는 중이었다. 모녀로 보이는 두 신도가 세 분 스님들 뒤에 무릎을 꿇고 허리를 깊숙이 숙이고 있었다. 아마도 지아비와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것 같았다. 단출해도 너무 단출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모았다. 그들의 간절한 기도에 방해가 될 것 같아 법당에는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합장 삼배를 하고 돌아섰다.

    '길양이' 두 마리가 암자 밖 숲에 웅크리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고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응시했다. 어미와 새끼 한 마리였다. 여러 마리의 새끼를 잃고 겨우 한 마리만 남은 것 같았다. 방금 본 법당의 상주도 둘이었는데 고양이 가족도 단출한 두 마리라니.

    '길양이' 두 마리의 간절한 눈빛이 내려오는 내내 마음에 걸렸다. 먹을 것을 바라는 눈빛이라면 가진 것이라곤 생수 한 병뿐이어서 줄 게 없었다. 어린 새끼를 품고 웅크리고 있는 어미 고양이의 눈빛은 애달프고 고단하게 느껴졌다. 하나 남은 자식마저 잃지 않겠다는 결의에 찬 눈빛 같았다. 그 잊을 수 없는 눈빛과 눈빛 속의 간절함을 내가 읽을 수 없어 미안할 뿐이었다.

    사람의 표정을 읽고 이해하는 것도 모자라는 내가 어찌 다른 종인 동물의 눈빛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인간과의 반려 생활은 어렵겠지만 어미와 자식 관계의 고양이로서 서로에게 반려가 되는 한 생이길 바랄 뿐이다. 야생의 자연이 허락해야 가능한 일이지만.

 

2021. 10. 24. 경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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