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할아버지 구름모자 썼네 나비같이 훨훨 날아서
살금살금 다가가서 구름모자 벗겨오지'
해무(海霧)는 바다 위에 끼는 안개, 바야흐로 해무가 자주 발생하는 계절이다.
해무는 따뜻해진 공기가 찬 바다위로 이동할 때 바다위의 공기가 냉각되어 생기는 안개다.
바다를 끼고 있는 부산은 지리적 특성상 해무가 자주 발생한다. 특히 여름 즈음, 즉 장마가 시작되고 가끔 날이 개일 때 해무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그러나 같은 부산이라도 도심이나 내륙 보다는 해안가인 해운대나 송도, 영도 지역 등이 해무가 발생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도 바람 방향이 남풍이나 남서풍, 즉 바람이 내륙 쪽으로 불어야 기대하는 풍경을 볼 수 있다.
해무가 발생하여 영도의 중심 봉래산을 감싸거나 정상을 타고 넘어가는 장관을 연출하면 사진가들의 발걸음은 바빠진다.
일요일 새벽 창문을 여니 '밤새 진군한 적군들처럼' 안개가 산 아래 모든 도심을 둘러싸고 있었다.
'세상이 먼 곳으로 유배당해 버린 것'같이 세상은 밤새 사라지고 온전히 홀로 남겨진 것 같은 느낌이 엄습해 왔다.
집을 나서자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해무 덕분에 더 적막해진 태종사는 해국이 뭉글뭉글 피어오르고 있었다.
해국을 담고 나오는 길에 날이 개이기 시작했다. 순간 파란 하늘이 드러나고 엄청난 해무가 봉래산과 그 주변을 덮고 있었다.
부랴부랴 천마산으로 발길을 돌렸다. 천마산 정상부근에는 영도와 부산항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남항대교을 지날 때까지 해무는 봉래산과 남항 일대를 품속에 넣고, 너울너울 춤을 추듯 북항으로 흘러들고 있었다.
해무는 평범한 풍경을 색다른 풍경으로 만들어 놓고 있었다.
감천문화마을 옆 주차장에서 천마산 전망대 까지는 걸어서 20여분, 바람이 해무를 걷어 갈 새라 부지런히 걸었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도록 서둘렀으나 전망대에 도착하니 그새 해무는 많이 잦아들고 있었다.
겨우 작은 하얀 베레모를 비스듬히 겨우 쓰고 있는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남서풍이 적당히(약하게) 불어야 하는데 바람 강도가 순간적으로 높아 졌다.
날씨는 점점 쾌청하게 변해 갔으나 해무는 점점 줄어들더니 빗질하듯 봉래산을 말끔히 청소해 버렸다.
해무는 봉래산 넘어 태종대 쪽 바다에서 꾸준히 발생하여 머뭇거릴뿐, 좀체 봉래산과 남항 쪽으로는 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전 10시, 서둘러 달려온 보람도 없이 발길을 돌려야 하나 망설일 때, 가끔 출사에 동행하던 '사진절친'이 올라왔다.
해무는 꾸준히 발생하고, 바람방향도 늦은 오후까지 남서풍을 유지한다는 예보에 지루한 버티기에 들어가기로 했다.
고진감래, 버티기 6시간이 헛되지 않았다. 해무가 봉래산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점점 강도가 더해져 이내 남항바다와 봉래산을 넘더니 북항까지 길게 흰 띠를 이루어 놓았다.
내심 남항대교까지 진출해 폭포처럼 타고 넘는 모습을 바랐으나 강한 바람에 해무가 흩어져 시야만 흐려 놓고 말았다.
일없는 일요일 하루, 해가 뜨기 전에 나와 15시간의 장도에 이 한 컷 '구름 모자'를 얻었다.
^^ 천마산에서 본 봉래산 해무
^^ 부산해양박물관 뒤 봉래산을 덮고 있는 해무
^^ 해무가 해양대학교 실습선 한바다호를 집어 삼킬 듯 남항을 넘어 오고 있다.
2016. 6. 19. 부산 천마산 전망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