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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가리 낱 씨의 홀로서기

들꽃뫼꽃

by 실암 2011. 12. 2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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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가리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덩굴식물입니다.

     아무것이나 타고 휘휘 감아 올라서 3m까지 자랍니다.

     봄에 별처럼 생긴 연보라색 꽃이 피는데 신부 드레스에 붙이는 꽃처럼 작고 앙증맞게 생겼습니다.

     꽃이 지고 가을이면 바소꼴의 엄지손가락만한 꼬투리가 여물기 시작하여

     초겨울에 배가 갈라져 그 안에 있던 낱 씨들의 홀로서기 비행이 시작됩니다.

     열매 속엔 하얀 명주실을 매단 것 같은 커피색 씨앗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나락가리’를 쌓아 놓은 것 같아 ‘박주가리’라는 이름을 얻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씨방이 터지면 눈부신 은빛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아다니는데 마치 흰 솜털에 깃털을 단

     살아있는 곤충처럼 착각하게 하기도 합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민들레 씨앗(홀씨)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낱 씨 하나가 떨어져 나오면 가늘고 섬세한 깃털을 펼치는데 무수히 많은 솜털에 놀라울 뿐입니다.

     박주가리 씨앗의 털을 이용하여 도장밥과 바늘쌈을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낱 씨들이 죄다 떠나고 빈껍데기만 덩그러니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것을 보면

     자식들 키워 도시로 다 떠나보낸 뒤 홀로 집을 지키고 계신 시골 부모님을 생각하게 합니다.

     어느 곳에서든 튼튼한 뿌리를 내려 일가를 이루길 기대해 봅니다.

     제발 사람들의 텃밭에 앉아 천덕꾸러기 잡초가 되지 않길 바랍니다.

     매서운 바람이 마냥 싫지 않은 박주가리 낱 씨의 홀로서기입니다.

 

 

 

 

 

 

 

 

 

 

 

 

 

 

 

 

 

2011.  12.  10.  경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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