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국토에 거미줄 같은 광속의 고속국도가 연결 될 때 동해안은 산악 지형의 특성으로 구불구불 느림을 음미라도 하라는 듯 개발이 뒤처지고 있었다.
가끔 이 7번 국도를 이용하면서 불편하거나 불만을 토로한 적은 없었다. 시속 6~70km로 달리면서 잃는 것 보다는 얻는 것이 훨씬 더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도를 꼽으라면 나는 선뜻 이 7번 국도를 주저하지 않고 추천할 것이다.
그러나 이젠 사정이 다르다 굽이굽이 해안선을 따라 흐르던 길은 산을 깎고 허리를 뚫어 곧게 펴 놓았다. 바닷가를 돌고 돌아 아름다운 항구를 보며 여유롭던
눈이었는데 이젠 앞만 보고 달리란다. 7번 국도가 왕복 4차선으로 완전 개통돼 있었다.
강원도 삼척 해신당 공원을 관람한 뒤 구 도로를 타고 여유롭게 집으로 향하고자 하는 길이었지만 네비게이션의 네비양(?)이 길을 가로 막았다.
굳이 다음 목적지는 정하지 않고 집으로 설정을 했기 때문인데 안내양은 새로 난 국도로 달리길 고집했다. 결국 안내양의 유혹(?)을 못 이기고 새 국도로 올라타고
말았는데, 그 다음에 문제가 발생했다.
중앙분리대가 있는 왕복 4차선의 국도는 고속국도에 다름 아니었다. 한참을 가도 차한대 만나기 어렵고. 쪽 곧은길에서 이건 천천히 달리기도 참 힘들 지경이었다.
속도를 줄이라고 네비양은 네비양대로 땡땡거리고 옆에 있는 반쪽까지 합세해서 스테레오로 귀가 따가웠다. 그래도 고정 카메라는 잘 피해서 달렸는데 결국은
가드레일 밖의 부지런한 경찰 아저씨의 카메라와 마주 치고 말았으니...
열 받은 반쪽은 "잘~한다"고 비아냥거리며 더 달리라고 핀잔을 주더니 아예 "더 밟지 그래, 더 밟아" 하면서 화풀이를 해됐다. 갑자기 싸늘해진 한여름의 승용차안,
한동안 냉기류가 흘렀다.
얼마를 달렸을까 "내려, 대게나 먹고 가게!, 애끼면 뭐하노! 궁시렁궁시렁..."
국도변에 세워져 있는 죽변항의 `대게' 간판을 보고 내리라는 것이었다.
지은 죄(?)가 있으니 순순히 따를 수밖에, 뜻밖에 대게를 먹게 되는 행운을 얻었다.
대게철이 아니었지만 식당마다 수족관엔 대게가 가득했다. 지금은 대게를 잡을 수 없는 기간이라 모두 러시아산이었는데 그런대로 알이 꽉 차 있었다.
2마리가 1kg쯤 되는데 4만원이었다. 6만6천을 주고 3마리를 사서 두 마리는 식당에서 먹고 한 마리는 가져와 아들 입으로 들어갔다.
울진 죽변항은 처음이었다. 여느 항과 특별히 다른 모습은 아니었지만 맑고 찬 바닷물이 인상적이었다.
가서 보니 이곳이 2004년 모 방송국에서 방영한 <폭풍속으로> 드라마 촬영지였다
지금도 드라마 세트장을 관광자원화 하여 잘 보존하고 있었는데 그림 같은 풍경이었다.
빨리 가려다 옐로카드를 받았지만 그 덕으로 대게도 먹고 그림 같은 풍경을 얻었다.
여행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7만원의 고지서가 날아와 씁쓸했지만...
^^ 드라마 <폭풍속으로>의 메인 무대가 되었던 주인공의 집
이 길이 시멘트길이 아니라면.... 허옇게 빛바랜 길이 못내 눈에 거슬린다.
^^ 날이 너무 더워서 숨쉬기 조차 힘든 한 낮
^^ 마침 오래된 승용차가 내려와서 한 컷
^^ 바다가에 내려가서 올려다본 세트장
동해 특유의 아주 깨끗한 바닷물에 발을 담그니 발이 시릴 정도로 차가웠다.
^^ 위 사진의 반대편에서 바라본 세트장과 해변. 뒤에 등대가 보이는 곳이 <죽변항로표지관리소>.
^^ 세트장 교회에서 바라본 주인공의 집. 하트모양의 울타리 담장안에 하얀 집이 그림 같은데,
실제 저 집에 살면 어떨까? 세트장이 들어서기 전의 모습이 궁금하다. 마당 한켠에서 낚시줄을 던져도 될 것 같다.
집에서 일본풍이 묻어 났다.
^^ 부산의 죽성 바닷가에 있는 드림성당 세트장을 연상케하는 교회가 있는 풍경
^^ 열기 속에 힘겨워 보이는 부처꽃.
^^ 세트장 바로 아래 바닷가에 <1박2일>팀이 묵었던 팬션이 있었다.
<폭풍속으로>와 <1박2일> 안내판 앞에서 반쪽님. 아직도 성이 안풀렸나?ㅎㅎㅎ
^^ 무척 다정해 보이죠? ㅎㅎ
2010. 8. 18. 죽변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