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사람들이 한사람 두사람 다니다보면 자연스레 만들어지게 된다.
예전에야 그렇게 자연스런 길이 만들어 졌으나 현대는 하늘에서 휘리릭 줄을 긋고 깊은 강도 험한 산도 파고 뚫고 연결하는 길이다.
백두대간의 산길이 너무 많은 등산인구로 인해 패여 비가 오면 도랑이 되다 시피 한다는 기사를 봤다.
등산로가 넓어지고 나무가 죽고 숲이 크게 훼손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등산을 하다보면 밖으로 들어난 나무뿌리가 거미줄처럼 얽혀있어 밟고 지나기가 민망할 때가 많다.
국립공원 무료화 이후부터 특히 주말과 공휴일에는 단체 등산객이 몰리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말도 있다.
등산정책도 이제는 사람들 위주가 아닌 자연 위주로 바꿔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주 올레길에 사람들이 몰리자 지리산 둘레길 북한산 둘레길 무학산 둘레길 등 지자체마다 무슨무슨 길을 새로 만들어
관광객을 불러들이기에 혈안인 것 같다. 기존의 길을 다니기 좋게 다듬고 없어진 길을 잇고 새 길을 내어 편리를 제공한다.
경관 좋고 걷기 좋고 먹을거리 좋은 길에서 자원과 환경보전까지 생각하는 소박하고 착한 걷기는 어떨까?
영도 절영해안 산책로를 걸었다.
일요일, TV속사람들의 일상을 구경하다 나의 일상으로 돌아가고픈 욕구에 휩쓸렸다.
부산에도 새로운 '둘레길'이 여러 군데 생겼다. 이번에 걸어 본 영도 절영해안 산책로와 이기대 산책로, 해운대 달맞이고개의 '문텐로드',
송도 해안산책로가 그곳이다. 이곳들은 모두 천혜의 해안을 끼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절영해안 산책로는 영도 영선동 반도보라 아파트 입구부터 동삼동 중리까지 약 3km의 해안을 따라 조성한 인공 산책로다.
안내문에는 IMF 외환위기 때 실업난 해소를 위하여 공공근로사업의 일환으로 시행하였다고 한다.
오후 3시 동삼중리 해안 버스 종점에서 출발하여 영선동 반도보라아파트 입구 관리동까지 쉬엄쉬엄 1시간 반을 걸었다.
해안 단애에 철골을 새우고 철계단을 설치하는 등 사람의 공력이 없었다면 도저히 건너다닐 수 없는 길이었다.
중리해안에서부터 끝나는 곳까지 시멘트가 들어간 모든 길과 계단과 난간에는 작은 조약돌을 이용하여 게, 물고기, 잠자리, 꽃 등
셀 수 없이 많은 문양으로 멋을 냈는데, 그 손길이 한결같아서 감탄을 넘어 인내와 열정에 놀랍다.
결국 큰 돌은 축대로 작은 조약돌은 문양으로 사용 되었는데 이 또한 다른 곳이 아닌 이곳 해안에서 가져다 사용했을 것이다.
개발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하겠지만 저 많은 조약돌까지 파와서 시멘트 바닥에 박아 놓은 것은 아닌 것 같다.
언뜻 멋져 보이겠지만 계속 보게 되면 식상하다. 오히려 장식없는 단순한 설치물이 주변과 더 잘 어울릴 수 있지 않을까?
바다 빛이 은빛에서 쪽빛으로 변하는 시간의 절영해안 산책로는 사람의 길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길에서 사랑과 우정을 키우고 건강을 다지고 있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자연의 시간은 영원하고 인간의 시간은 유한하다는 것을....
출발하여 뒤를 돌아본 중리해변, 뒤의 낮은 산을 넘어면 태종대 자갈마당이다.
시멘트로 된 길과 난간에 빼곡이 심은 조약돌 문양, 시멘트로 된 길의 난간과 바닥은 이와 같았다.
구름다리도 있고..
장승도 있고
마침 썰물때라 고둥, 성게를 잡는 사람들도 많았다. 백화현상이 많이 보여서 안타까웠다.
벼랑위에는 그림같은 집들이 있고
무지개 계단을 내려서면 넓은 우레탄 바닥이라 걷기가 편하다.
식수대도 있고
아래서 바라보면 하늘위에 집을 지은 듯 아슬아슬하다.
해녀들이 이용하는 공간, 이날 성게를 잡아 팔고 있었다.
영선동 산책로 출발점
2010. 1. 31 영도 절영해안 산책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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