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이끼 꽃이 되던 날

디카詩

by 실암 2009. 12. 16. 18:01

본문

하늘의 낯빛이 불규칙하게 갈팡질팡하던 날

싸락눈이 빗금을 긋고 길바닥에 나뒹굴었다.

 

깊은 계곡 나목도 바위도 산그늘에 덮이고

빛을 잃고 색은 흩어져 소멸했다.

 

바위벼랑 습기 하나 없는 메마른 꼬마이끼는

바람이 있어 빛으로 태어나 꽃이 되었다.

 

 

설악산 봉정암에서 내려오던 날, 하늘은 무서운 낯이었습니다. 

싸락눈은 술취한 사람처럼 방향을 잡지 못했고, 함박눈이 되지 못한 설움을 투정하듯

선한 내 얼굴에 가미가제처럼 사정없이 부딪쳐왔습니다.

그러나 바람이 있어 구르고 흩어지고 다시 모이니 꽃이 되었습니다.

  

 

 

 

 

 

 

 

 

 

 

 

2009.  11.  19  설악산에서

 

 

'디카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있는 이 자리  (0) 2010.06.22
나목(裸木)  (0) 2010.03.05
가을 단상  (0) 2009.10.21
구름 언덕  (0) 2009.05.29
집으로  (0) 2009.03.06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