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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면

장삼이사

by 실암 2009. 10. 1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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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면 / 나는 꽃이에요

잎은 나비에게 주고 / 꿀은 솔방벌에게 주고

향기는 바람에게 보냈어요 / 그래도 난 잃은 건 하나도 없어요

더 많은 열매로 태어날 거예요 / 가을이 오면

<가을이 오면, 김용택>


추석명절이 지난지도 오랩니다.

아침저녁 서늘한 바람이 상쾌합니다.

추석을 쇠러 중국에서 들어온 절친과 가까운 천성산을 다녀왔습니다.

몇 년을 홀로 홀아비 아닌 홀아비로 외국 생활하는 친구의 모습이

더 야윈 것 같아 마음이 짠합니다.

겨우 삼시 세끼 먹고 사는 일에 너나없이 참 고단합니다.

반 100년을 넘게 살았으면 예전 같으면 좀 편안할 때도 됐을 법한 직장생활이지만

요즘은 더 팍팍하게만 돌아가는 게 현실입니다.

내일이면 다시 중국으로 떠나야 하는 친구를 위해 무리한 코스를 피하고

산위 암자에서 점심 공양을 하기로 하고 단출하게 출발합니다.

공양 시간과 맞추기 위해 쉬엄쉬엄 거북이걸음이라 여유롭습니다.

가다가 쉬다가, 아내들은 온갖 시시콜콜한 일상사를 산길에 펴 놓습니다.

더 높아진 하늘, 물들기 시작한 단풍이 아쉬운 손짓을 합니다. 

깊어가는 이 가을, 풍성함을 넘어 그리움으로 남습니다.

만산홍엽이 봄을 기약하며 나목이 되듯 떠나는 친구를 위해 기쁜 배웅을 합니다.

그리움의 빈 잔에 재회의 희망을 채워 봅니다.

 

 원효암에서 바라본 천성산 자락

 원효암 - 허리굽은 공양주 노보살님이 가을이라 평소보다 밥을 두배나 했는데 오늘따라 등산객이 작은 것 같다며

     밥이 많이 남을까봐 걱정을 하신다.  밥이 모자라 찾을 땐 안쓰럽다는 노보살님의 배려가 고맙다.

 

암자까지 이어지는 울창한 숲길

 성질 급한 상수리 나무는 열매를 털고 잎은 땅위에 나뒹굴고... 

 몇해를 중국산 음식에 중국 공기를 마시고 살았구만, 모습이야 한국사람이지만 세포조직은 중국사람과 같은 건 아닌지?ㅎㅎ

중국엔 짝퉁도 많고 가짜도 많다는데 혹 가짜 친구가 오는 것은 아닐까!

친구 아내에게 "혹 짝퉁이 올 수도 있으니 조심하시라" 하니, "표시해 둔 게 있어 걱정 없다"나 뭐라나.ㅎㅎㅎ

 

 원효암 입구에 핀 '자연산 코스모스'

 

 박각시

 

 구절초

 

 개쓴풀

 

 용담

 수리취

 단풍취

 

 

2009.  10.  10.  천성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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