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벼룩아재비
마전과(馬錢科)의 한해살이풀.
주로 양지바른 풀밭에서 5∼20㎝정도로 자라고, 7∼9월에 4㎜정도의 흰 꽃이 핀다.
한국남부, 일본, 대만 등지에 분포한다.
한 뼘도 안 되는 줄기에 깨알 같은 하얀 꽃이 달려 있습니다.
무심히 지나치면 보이지 않을 만큼 작고 여린 꽃입니다.
추석 전 날 할머니, 할아버지 산소를 찾아 큰절을 하는 순간 눈에 들어왔습니다.
작년 추석 이곳에서 노랑망태버섯을 본 터라 궁금해서 식구를 집에 내려놓고 달려갔습니다.
평소 같으면 추석당일 차례를 모시고 오후에 산소를 찾습니다.
절을 올리고 주변을 보니 묘소전체에 온통 이 녀석들의 밭이더군요.
지나온 발자국에 밟힌 녀석이 더러 있는 것 같습니다.
벌초 한지가 열흘정도 지났는데 그동안에 꽃을 피웠나 봅니다.
아니면 죄다 잘려 나가고 다시 피웠는지도 모를 일이지요.
가만히 들여다보니 땡볕에 있는 녀석들은 모두 활짝 웃고 있고
그늘 속에 있는 녀석들은 죄다 입을 다물고 있었습니다.
작은 꽃과 눈을 맞추며 꼭 우리 할머니를 닮은 꽃이라 생각했습니다.
할머니도 감자밭 고랑에 꼬부려 앉으면 보이지 않을 만큼 작았습니다.
할머니가 피워 올린 작고 고운 꽃이라 여겨집니다.
"야야! 왜 그키 절을 자꾸 해여, 더우 먹을라꼬!"
할머니의 걱정스런 말씀이 들려 올 듯합니다.
카메라를 땅에다 붙이고 드러누워야 담을 수 있는 꽃입니다.
따가운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야 볼 수 있는 꽃입니다.
누웠다 엎어졌다 여러번 했더니 어질어질하더이다.
이외에도 산소 주변엔 구절초, 고마리, 오이풀, 붉은여귀, 쥐꼬리망초도 보입니다.
이처럼 눈이 시리게 피어난 꽃이 있어 할머니 할아버지는 외롭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아쉽게도 노랑망태버섯은 볼 수 없었습니다. 날이 많이 가물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