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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은 지금

사진과 雜記

by 실암 2008. 8. 2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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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척과 은척의 전설.
신라시대에 금으로 된 자(金尺)와 은으로 된 자(銀尺)가 있었는데 이 자는 사람을 살리는 신령스런 보물이었다.
이 두자로 인해 좁은 고을에 사람들이 죽지 않고 계속 늘어나 삶이 어렵게 되자 금척과 은척을 영원히 감추기로 하였다.
귀중한 보물이라 믿을 만한 곳을 찾아 금척과 은척을 따로 묻었는데 금척은 경주, 은척은 상주에 묻었다고 전해 온다.
금척을 묻은 곳은 경주에서 건천으로 가는 국도변에 큰 고분군이 있는 금척리이고, 은척을 묻은 곳은 상주시 은척면 은자산이다.
또한 경상도의 지명을 이야기 할 때 경주의 "경"자와 상주의 "상"자를 따서 경상도라는 지명을 지었는데,
금척을 묻은 경주와 은척을 묻은 상주는 신라시대의 통치와 행정의 요지였음을 말해 준다.
금척과 은척을 발굴 할 수는 없을까! 그래서 전해오는 전설처럼 후손들은 아픔이 없는 행복한 세상에 살았으면.....

 

동창회를 마치고 부산으로 내려오는 길에 친구의 고향인 은척을 다녀왔다.
경북 상주시 은척면 00리.
우리 마을에서도 30여분을 더 들어가는 산골 마을이다.
사방엔 산으로 둘러 처져 있고 산과 산 사이에 벼논과 밭들이 한눈에 들어올 만큼 가깝다.
파란 벼논 사이로 가르마를 곱게 가른 듯 마을길이 누워있고,
옹기종기 이마를 맞대고 있는 마을 뒷산엔 구름이 걸려 있어 운치를 더했다.
그저 흔해빠진 시골길이지만 이 길이 가장 아름다운 길이 아닐까.
마을 어귀에 차를 놓고 한나절을 여유롭게 돌아 다녔다.
8월중순 방학이라 아이들 소리도 날 법한데 적막하다.
빈집엔 거미들만이 낡은 기둥을 얼기설기 묶는 공사 중이고,
매미 녀석들만 자지르지게 동네가 떠나가라 울고 있었다.  

  

 

  

  

 

 

  

 

  

 

비어있는 집, 비어있는 골목엔 희망이 없다.

땅을 움켜지고 살아가던 아버지의 아버지들 어머니들은 가고

농촌 풍경, 농사짓는 즐거움이 사라진 현실이 아프다.

그러나 해거름 저녁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 듯

회색도시에도 푸른 농촌에도 희망은 언제나 존재하길 염원한다.

 

  

  

 

친구의 빈집에서 아내가 친구의 아내에게(아내끼리도 친구로 지냄) 전화를 한다.

이 친구는 결혼초에 같은 전세집을 산 특별한 인연때문에 친구가 되었다.

도심 변두리 전세집의 선후배 사이지만(이 친구가 살던 집에 우리가 들어가 살았다) 신랑들의 고향이 상주라는 것을 알고

지금까지 가깝게 지내며 돈독한 관계가 됐다.

수년전 홀로 사시던 친구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빈집으로 남아 있지만, 가끔 내려와 손질을 해서 말끔했다.

이 친구도 전날 동창회 참석차 내려와 다녀갔단다.  

뒤켠에는 연탄 수백장이 잘 갈무리 되어 있었는데 겨울이 오기전에 연탄을 들여 놓고 뿌듯해 하셨을 친구의 어머니가 생각이 났다.

손때묻은 정지문, 마루, 장독대, 뒤안의 대나무숲, 호두나무, 산머루가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마당에는 수염가레가 발아래 곱고, 울타리엔 구기자가 꽃을 달고 있다.

우리를 반기는 듯 계절을 잊은 자목련도 피어 있었다. 

 

 

 세월을 느끼게 해주는 정지문, 아직 어머니의 손때가 묻어 났다.

 

 

 

주인은 없지만 집에서 가장 낮은 마당에 꽃을 곱게 피운 수염가래, 너무 작은 녀석이라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뻔 했다.

 

 

  

 

담이 없는 울타리를 장식하고 있는 구기자가 보라색 꽃을 피웠다.

 

 

 

감나무의 매미가 자지르지게 운다. 7년을 땅속에서 어머니의 발자욱 소리를 듣고 자랐는데 세상에 나오니 안계시니 더 서러운가?

 

 

이 여름에 왠 자목련, 오랜만에 찾은 손님을 배려해서인가. 참으로 곱다.

 

 

 

 실낳같은 바람결에 고개을 흔드는 강아지풀도 흙담위에 패고.....

 

 

마을로 들어서는 길가에 핀 사위질빵

 

  

 

봄부터 꾸준히 꽃을 피워내는 애기똥풀

 

  

 

하늘타리도 먹음직스럽게(?) 익어가고. 그냥 먹지는 못한다. 한방에서 약제로 쓴다.

 

 

 

수커렁에 앉은 노린재

 

 

쥐손이풀이 논둑에 많았다. 쥐손이와 이질풀은 비슷해서 구분이 쉽지 않다.

 

 

 

 

 이질풀

 

텃밭가의 익모초도 고운 꽃을 달고 있다.

 

 

 

텃밭의 참취꽃 

 

 

개망초

 

 

문득 유년의 고향마을이 떠오른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온 마을을 감쌌었다.

소나무, 참나무, 버드나무, 아카시나무, 벽오동, 오리나무....

냇물과 산이 앞뒤로 조화를 이루던 마을.

여름방학이면 온통 아이들 세상으로 변했었지

오전엔 봇도랑에서 물놀이 하고, 오후에는 삼삼오오 소치러 산으로 갔다.

오늘은 낮잠속에서나마 유년의 마을로 가고 싶다.

키큰 나무와 흙담이 구불구불 아름다운 그 곳으로....

 

* 2008. 8. 17 상주시 은척면

* Nikon D200, 17-55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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