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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창이 있는 골목

李茂鉉갤러리

by 실암 2008. 1. 2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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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배기 골목안 쪽창이 다닥다닥 붙은 판자집이 다정하다.

사람사는 골목에서 만난 그 집앞에서 한참동안 서 있었다.

들어가 보고 싶다.

아주머니가 불쑥 나왔다. 난 멈칫하며 딴전을 핀다.

아주머니가 씩 뒤돌아 보곤 별일 아니라는 듯이 종종걸음을 한다.

멋쩍게 이들의 삶에 끼어든 한나절이었다.

 

 

 

오래전 사람들은 꿈을 안고 올라왔을 언덕배기

이제는 무너진 꿈들만이 나뒹굴고 있다.

만국기 마냥 펄럭이는 빨래만이 춤을 춘다.

 

 

 

희망을 안고 어디론가 떠나가고 절망을 지고 스며든다.

사람들은 그렇게 자취를 남기고 지운다.

엄연히 존재하는 계층사회. 양극화와 계층의 골은 깊어진다.

밖에 나앉은 한평짜리 화장실도 열쇠가 걸려 있다.

 

 

쪽방 사이로 관통하던 외길 철길이 있던 동네...

가재도구가 철길가로 나앉아 경적에 놀라 깨어진다.

부실한 방음벽에 가슴마져 깨어지고 아이들 웃음소리도 멈춘지 오래.

 

 

경적소리에 잠을 깬적이 어디 한두번이랴.

철로가 걷힌 자리 망가진 희망처럼 어지러운 시멘트 조각들....

그래도 지금 그 기적소리가 그리움으로 남을까?

 

어린날 들판을 가로 질러 달려오는 그림같은 열차는 늘 어디론가 떠나는 꿈을 꾸게 했다.

종종 철둑을 걷는 하굣길은 도시로 도시로 향하는 그리움이었다.

우린 철로위를 누가 더 오래 갈 수 있는지 내기를 하곤 했다.

그러나 가장 오래 갈 수 있는 방법은 두 사람이 손을 잡고 가야 한다는 것을

그땐 미쳐 몰랐었다.

 

오늘, 도심을 떠나는 동해남부선 무궁화호에 몸을 싣고 싶다.

 

 

 <Contax Rts2, 28-85mm, 코닥TM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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