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붙어 있는 작은 섬마을 빈집에는 함께 떠나지 못한 빨래집게가 마당을 지키고 있다. 먼지 가득한 마루와 방문 앞에 비스듬히 걸려 있는 거울에는 박제된 그림처럼 퇴색된 빨래집게만 비추고 있다. 약효를 알 수 없는 약봉지 몇 개 처마 밑에 걸려 있고, 미처 챙기지 못한 해진 양말 한 켤레가 여전히 빨래집게에 물려있다. 거미줄 가득한 적막한 풍경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늘어만 가는 빈집, 아이 울음소리 언제 들렸는지 까마득한 섬마을이다. 다시 저 빨래집게들이 뽀송뽀송한 빨래를 물고 만국기처럼 펄럭이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는 할까!
2024. 1. 25. 부산진구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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