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여름을 뒤로하고 가을은 겨울을 향해 달려간다.
가을은 계절의 시계가 참 빠르게 흐른다.
가을이 한층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 머무는 기간이 짧기 때문이 아닐까
그만큼 부지런해야 느낄 수 있는 게 가을이다.
여름의 조각들이 가을 햇살을 머금고 저마다 주홍빛으로 익어간다.
가을은 온통 쪽 빛 일색의 신비스런 하늘을 자주 만날 수 있어 좋다.
해먹 같은 거미줄에 걸린 한조각 단풍조차 아름답게 다가오고
신선한 바람에 취하고 헐거워진 숲 속의 빛 내림에 취한다.
부산의 중심 부산진구, 울창한 숲이 있어서 좋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친수공간이 있어서 좋다.
삼림욕장, 만남의 숲, 수변공원, 자연 속 어린이 놀이터가 있어 좋다.
도시의 바쁜 일상에서 잠깐의 쉼표를 찍을 수 있어 참 좋다.
찬 이슬 뒤에 무서리 내리면 단풍은 시나브로 내려앉는다.
풀벌레마저 땅으로 들면 비움과 여백이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거둬들이고 거두어 가는 세월 앞에 가을은 이처럼 빛난다.
2019. 11. 25. 부산시민공원 외
<2019. 11. 25. 부산진구신문 특집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