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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춘설

사진과 雜記

by 실암 2018. 3. 23.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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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날 함박눈이 이렇게 많이 올 줄이야!

언제 이런 날이 있었을까,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춘설이다.

본격적인 봄의 시작을 알리는 춘분인 21일 오전부터 부산에도 기습적인 눈이 내렸다.

때 아닌 눈 소식에 출근길 등굣길에 일대 혼란을 겪기도 했다.

부산은 도시특성상 산복도로가 많다 보니 작은 눈에도 큰 혼란이 일어난다.

이날 금정구 산성로, 북구 만덕 고갯길, 연제구 황령산로, 기장군 곰내재 등은 종일 차량통행이 제한되기도 했다.

자동차 운행은 불편이 많았지만 모처럼 내린 눈으로 시민들은 하얀 눈에 대한 갈망을 채울 수 있는 특별한 날이었다.

춘분인 3월 21일 부산에 설경을 선사한 이번 눈은 3월 하순에 내린 눈으로는 2005년 3월 24일 이후 13년 만이라고 한다.


오전 급한 일을 대충 마무리하고 12시 쯤 눈 맞으러 길을 나섰다.

황령산으로 오르는 길은 일찌감치 통제된 터라 걸어서 황령산을 올랐다.

연제구 황령산로 초입 물만골 마을에 들어서자 눈 반, 비 반 세찬 바람이 갈지자로 몰아쳐 왔다.

일차 제설 작업을 했지만 계속 내린 눈으로 길은 발목을 덮을 정도로 질펀하게 쌓여 있었다.

도로를 따라 1시간 여, 미끄러운 길을 걸어 힘겹게 황령산 정상에 올랐다.

온통 희고 뿌연 세상, 시계제로 상태 속에 카메라는 자동 초점을 잡지 못하고 버벅 댔다.

습기 가득한 함박눈은 싸락눈으로 바뀌어 얼굴을 할퀴며 달려들었다.

짙은 구름은 북동쪽에서 계속 몰아쳤다. 백색의 세상, 시정은 10m 앞도 보이지 않았다. 

높낮이 구분이 어려울 만큼 계단도 눈 속에 묻혀 있었다.

하늘이 조금이라도 열리길 기다리며 황령산 정상과 봉수대를 두 어 번 오르락내리락 했다.

그러나 끝내 하늘은 열리지 않았다. 3시간의 기다림의 기대를 접고 하산했다.



^^ 황령산 순환도로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길의 입간판이 눈속에 묻혀 있다.



^^ 황령산 정상으로 가는 길



^^ 오리나무 꽃이 눈으로 범벅이 되어 있다.





2018.  3.  21.  부산 황령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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