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보는 달이 완전 둥글다. 그러고 보니 어제가 음력 보름이었다.
새벽잠을 버리고 달려간 한우산<경남 의령에 있는 산> 정상.
서쪽 하늘은 새벽녘까지 달빛으로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너에게 나는 어떤 존재냐?"고 달이 내게 화두를 던졌다.
김상헌이 남한산성에서 통곡하며 처다 보았을 달,
충무공이 한산도 망루에서 큰 칼 차고 보았을 달도 저 달이고,
기쁨 가득히 손과 손을 잡은 강강술래도 변함없는 저 보름달이었을 것이다.
두 충신은 달을 보며 천지의 기운을 얻어 백척간두에 놓인 나라를 구하고자 했을 것이고,
부녀자들은 추석날 국운 융성을 위해 기쁨 가득한 춤을 추었을 것이다.
그러나 난 지금 저 달을 어떤 의미로 바라보고 있는가.
그저 천지간에 먼지 같은 존재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서리 맞은 머리가 오늘 따라 더 희고 차갑다.
2015. 8. 30. 경남 의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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