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가 하늘을 가르고
300mm 비가 내리던 날
작정하고 연 밭에 나갔다.
긴 장마에 곱지 않던 연꽃
비바람 더하여
장대비에 온전한 것 찾기 어렵다.
우산도 접고
연꽃인양
가슴 깊숙이 비를 안았다.
연꽃 촬영을 위해 올해들어 서너 차례 나갔다.
갈때마다 해는 없었다. 허여멀건 날, 이것도 저것도 안 되는 날들이었다.
카메라를 꺼내지도 않고 돌아오기 일쑤였다.
차라리 비 오는 날이 더 났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다시 휴일을 맞았지만 여전히 흐린 날, 더욱이 많은 비까지 예보돼 있었다.
빗속의 연꽃을 담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마침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연 밭으로 서둘렀다.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빗줄기가 거셌다.
'제발 연밭에 가서도 이 폭우가 그치지 말아 주기를' 마음속으로 바랐다.
비가 내리는 모습을 담는 것은 웬만한 빗줄기로는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 밭에 도착하기도 전에 빗줄기는 잦아들고 있었다. 아쉬웠다.
연 밭에선 한 무리의 사진가들이 빗방울이 맺혀 있는 연꽃을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다행히' 빗줄기가 다시 거세지기 시작했다. 사진가들은 서둘러 촬영을 접고 떠났다.
연 밭에는 이제 혼자 남았다. 속속 도착하는 차량들도 그냥 되돌아갔다.
카메라에 비닐 봉투를 씌우고, 밀집모자만 쓴 채 연꽃에 다가갔다.
겨우 남아 있는 몇 송이 연꽃도 장대비에 초토화 되고 있었다.
장대비는 밀집 모자 속까지 파고들어 금새 물통에 빠진 생쥐 꼴이 되고 말았다.
더욱이 렌즈 속까지 갈짓자로 달려드는 비에는 어찌 할 방법이 없었다.
겨우 몇 컷 찍지도 못하고 렌즈를 닦으러 나와야 했다.
비가 잦아들면 들어와 렌즈를 닦고, 비가 거세지면 다시 나아가 촬영을 했다.
억수같이 비가 오는 연 밭에서 '청개구리'가 되어 한바탕 놀고 왔다.
2012. 7. 15. 부산 기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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