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오랜만에 노랑망태버섯을 만났다.
2007년 9월 추석에 고향 할아버지 산소에서 만났으니 4년만의 대면이다.
지난해에는 중부지방으로 세 차례 찾아 갔다가 허탕만 치고 돌아오기도 했다.
노랑망태버섯은 '숲의 귀부인', '버섯의 여왕'이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신비로운 버섯이다.
7, 8월 장마철의 습한 잡목림에서 만날 수 있지만 흔히 볼 수 있는 버섯은 아니다.
이른 아침에 올라와 불과 몇 시간 만에 지고 마는 하루살이 버섯이다.
6시쯤 자루가 올라오기 시작하여 자루 윗부분의 삿갓모양 아래로 그물 모양의 망태가 펼쳐진다.
레이스 같은 노랑 망토를 펼쳐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다가 오후가 되면 사그라진다.
따라서 아침에 가야만 싱싱하고 화려한 자태를 볼 수 있다.
노랑망태버섯이 올라 왔다는 정보를 얻고 새벽부터 설쳤다.
자생지를 찾아 가는 길은 늘 보물찾기 하는 기분이다.
자세한 설명을 듣고 가도 현장에 들어서면 거기가 거기 같아서 늘 헤매기 일쑤다.
두 송이를 발견했는데 한 송이는 막 올라오기 시작하고 한 송이는 레이스가 거의 다 펼쳐진 상태였다.
올라오기 시작하는 버섯 앞에 카메라를 걸고 인터벌 노출을 주기 시작했다.
망태버섯의 일생을 담기 위해서 얼마나 기다렸든가.
레이스가 펼쳐지는 순간부터 시드는 모습까지 고스란히 담을 수 있는 절효의 찬스였다.
절반의 성공으로 끝난 망태버섯의 일생
그러나 노랑망태버섯의 레이스가 다 펼쳐졌을 무렵 한통의 전화로 카메라를 걷어야 했다.
산 아래 세워놓은 자동차의 라이트가 켜져 있다는 등산객의 친절한 전화였다.
배터리가 나가면 견인차를 불러야 하는 불상사가 일어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서둘러 내려와야 했다. 절효의 찬스가 한 순간의 부주의로 절반의 성공이 되고 말았다.
디지털 세상, 참 좋은 세상이다.
촬영지에서 카메라를 빌려서 메모리 카드만 교체하여 촬영할 수 있으니 말이다.
렌즈는 가끔 빌려 쓰곤 했지만 필름 카메라 시절엔 절대 있을 수 없는 경험을 요즘 하고 있다.
인터벌 촬영을 하기 위해 고정해놓은 카메라를 쓸 수 없으니 다른 피사체가 지천으로 늘려 있어도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이럴 때 두 대의 카메라가 절실한데 같이 간 일행이 있어 잠깐씩 빌려 쓸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러나 내 손에 익숙한 카메라도 아니고 서둘러 돌려 줘야 하기 때문에 결과물은 어색하다.
망태버섯의 일생은 다시 내년의 숙제로 남겨 졌다.
같은 모양의 흰망태버섯은 유독 대나무밭에서만 만날 수 있다.
2011. 8. 12. 경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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