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댐 상류에 있는 <미인송(美人松)>이라 이름 붙여진 두 그루 소나무가 있는 풍경입니다.
소나무 두 그루가 서로 의지하여 살아가는 모습이 등 굽은 노부부를 닳아서 더욱 정겹습니다.
그런데 이 소나무는 현재 죽어서 잔솔은 다 떨군채 마른가지만 달고 있습니다.
합천댐이 만들어 지고 물을 가두면서 많은 생명도 함께 수장 되어 사라졌습니다.
이 소나무도 수위가 차면 허리까지 물속에 잠기곤 해서 위태로운 삶을 이어갔다고 합니다.
2년 전 물이 많이 빠졌을 때 인근 농가에서 비닐 등을 태우다가 소나무까지 태웠답니다.
사철 푸르던 잎은 죄다 떨어지고 숯 검댕이 껍질로 빛을 잃고 비목처럼 서 있습니다.
그러나 그 자태는 죽어서도 살아 있을 때만큼 아름다워서 보는 이를 더욱 안타깝게 합니다.
요즘같이 새벽안개가 많은 날이면 몽환적인 분위기에 이끌려 많은 이들을 불러 모읍니다.
푸른빛은 잃었으나 소나무의 영혼에 이끌린 듯 백로, 왜가리, 해오라기가 깃들기도 합니다.
'미인송'은 오래지 않아 마디마디가 떨어져 나가고 썩어 허물어 질 것입니다.
이제 한 줌 흙으로 돌아가면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사라지겠지요.
그러나 그 아름다운 자태는 수많은 사진가들의 영상 속에서 오랜 그리움으로 남을 것입니다.
이날은 전국적으로 최악의 안개에 휩싸인 날이었습니다.
이곳에도 늦은 아침까지 세상이 안개속에 묻혀 있었습니다.
해가 나오고 물안개가 사라질 때까지 새들이 날아 들지 않았습니다.
딱 한번, 한마리의 왜가리가 '미인송'을 스쳐 지나간게 전부였습니다.
움직이는 한국화 한 편 감상 하세요.
2010. 11. 6. 합천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