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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강주막(三江酒幕)

사진과 雜記

by 실암 2010. 2. 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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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엔 눈이 많이 왔습니다. 설 쇠러 가는 날 아침의 주변 산은 온통 하얀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눈이 귀한 부산의 산들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즐겨 찾는 카페와 블로그를 후끈 달군 눈 속의 복수초와 변산바람꽃이 눈에 밟혀

발길이 무거웠습니다.마음 한편 차를 돌려 들꽃이 피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조상님 뵈러 가는 길에 이 무슨

불경스런 생각이란 말입니까! 고향집에 도착한 아내는 부엌으로 직행 먼저 온 형수님과 제수씨랑 차례상 준비에 들어가고 남자들은

여느 때와 같이 무료하게 티브이 앞에 모여 앉습니다.추석에는 잠시라도 농사일을 도와주기위해 밭으로 나가지만 설은 농한기니 남자들은

별 할 일이 없습니다. 모처럼 형제끼리 그림 맞추는 게임 정도가 고작입니다.
점심을 먹고 슬그머니 빠져나왔습니다. 고향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예천 회룡포를 다녀올 요량이었습니다.

그러나 회룡포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로 가는 길은 눈길이라 막혀있어 포기하고 인근에 있는 삼강주막을 다녀왔습니다.

 

삼강주막은 낙동강과 내성천 금천의 세 강줄기가 만나는 곳의 나루터에 있는 주막입니다.
200년된 회화나무아래 초라한 초막이지만 한 세기 넘게 민초들의 안식처가 되어왔습니다.
19세 꽃다운 나이부터 70년 가까이 뱃사람과 장사꾼 나그네들을 거두며 주막을 지켰던 주모가 최근 돌아가시고 지금은 삼강마을 주민 가운데

뽑힌 70대 할머니가 대를 잇고 있습니다.

 

삼강주막은 1900년경에 지어져 삼강나루를 이용하는 나그네와 보부상들의 숙식처로 시인묵객들의 유상처(遊賞處)로 이용된 건물이라 합니다.

규모는 작지만 집약적 평면구성으로 기능에 충실한 특징을 보여주는 건축자료로써 희소가치가 크다고 합니다.

나루터도 배도 없고 그 자리엔 철근콘크리트의 다리가 놓여 있습니다.
삼강주막의 마지막 주모 류옥련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세간에 더 많이 알려져 지금은 관광객들이 꾀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이날도 마당 가득 승용차들이 들어차 있었습니다.


막걸리에 배추전 생각이 절실했지만 혼자여서 아쉬웠습니다. 이 고장(경북북부)엔 차례상에도 배추전이 올라갈 정도로 배추전을 귀이 여깁니다.

배추의 넓은 육질에 기름이 적게 스며들어 담백하고 얇은 밀가루가 바삭하게 익으면 그 고소한 맛은 조상들의 정한과 미각이 오롯이 살아 있습니다.
다음엔 친구들을 불러 삼강주막 사랑채에 모여 농주와 배추전으로 한갓지게 놀다 와야 겠습니다.

콩가루 섞은 칼국수도 이 고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입니다.

 

 

 

 

 

 

 

 

 

 

 

아래 사진은 삼강주막 옛모습으로 마지막 주모 류옥련 할머니가 살아 생전에 찍은 사진입니다. 주막에 걸려 있는 사진을 담았습니다.

 

 

 


 

2010. 2. 13. 경북 예천군 풍양면 삼강주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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