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대변항은 멸치와 미역이 유명하다.
지난주 금요일 저녁 멸치와 미역축제가 열리는 대변항을 다녀왔다.
퇴근 후 서둘렀지만 주말을 앞둔 저녁이라 차도 막히고 축제장은 사람과 차들로 혼잡했다.
개인적으로 대변항은 아픈 기억이 있는 곳이라 카메라 꺼내기가 조심스러웠다.
이곳 멸치털이 장면은 삶의 리얼한 현장으로서 사진가들에겐 '구미가 당기는 좋은 메뉴'다.
어부들은 자신의 누추한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기 때문에 사진가와 실랑이가 종종 일어난다.
사진가들 또한 쉽게 물러나지 않고 '도촬'까지 감행하다보니 심지어 욕설에 가까운 심한 말을 듣기도 한다.
나 또한 이런 일을 두어번 겪었는데 그런 날은 온종일 우울하고 씁쓸했던 기억은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다.
물론 오늘은 축제 기간이니 평소와는 다르리라는 생각이 든다.
어촌마다 다 그렇지는 않다. 남해 미조항이나 울산의 정자항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는데,
울주 강양항의 경우는 멸치 어선이 뭍으로 들어오면서 잡은 멸치를 갈매기에 던져 주어 수많은 갈매기들을 몰고 오면서
사진가들에게 좋은 촬영조건을 제공해 주기도 하고 멸치를 삶아 말리는 현장에선 사진가들과 정담도 나누고 사진가들이
거들어 주기도 하는 등 그들의 삶을 적극적으로 알리기도 한다.
덕분에 겨울 일출촬영시기에는 하루에도 수백명의 사진가들이 모여들고 인근 상가와 음식점은 호황을 누리기도 한다.
노동은 귀하고 값진 것이다. 사진을 찍어 폄하하고 천한 것을 알리려는 것이 아니다.
서로 불편한 마음에 다시는 찾고 싶지 않은 곳으로 알려질 것이 아니라 삶의 진솔함과 인간미가 흐르는, 사진가에게도
우호적인 곳이라고 알려져 모든 사람들이 다시 찾고 싶은 대변항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사진기 들고 대변항 가본지가 언제일까? 어부들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셔터를 눌렀다.
늦은 저녁이지만 배마다 불을 밝혀 불야성이고 멸치털이 하는 구령과 열기로 뜨거웠다.
요즘은 초상권 문제도 엄격해서 사람얼굴이 들어가는 사진은 발표하기도 조심스럽다.
해서 어부들 표정보다는 멀찍이 실루엣처럼 전경 몇 장 찍었다.
마침 범선 누리마루호도 정박해 있고 불꽃도 쏘아 올렸는데 준비 부족으로 좋은 영상은 담지 못했다.
멸치회에 군침이 돌았지만 몇 해 전 멸치회 먹고 고생한 기억 때문에 생멸치 한 봉지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생멸치 김치찌개, 멸치구이는 별미중의 별미다.
2009. 4. 17 기장 대변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