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잎, 꽃이되다
뚝, 사그락∼
감잎 떨어지는 소리가 처연하다
이별의 몸부림에 떠는 어느 가을
붉으락 푸르락 멍던 가슴안고
대수롭지 않은듯 쉽게 내려 앉는다
고독으로 밀려오는 연두빛 추억과
그리움으로 남은 초록의 열정도
가을바람따라 흰구름 날아가듯
검버섯 붉은 잎이 무심히 떨어진다
목숨 끊어진 이파리 하나
선홍빛 무늬 선명한
꽃이되었다. 향기가 되었다
죄다
어디로 가지 못해 안달이 난
가을바람 이른 이 아침에
** 올 추석 고향집 마당에 있는 감나무의 때깔 고운 잎들이다.
본래 단풍이란 것이 잎의 늙음이고 죽음을 앞둔 것일진데, 빨 주 노 초 벌레먹은
검은빛까지 어우러져 아름답기만 하다.
생을 다한 감잎이 가을바람에 '뚝'하며 떨어지는데, 이처럼 곱고 싱싱할 줄이야.
한올한올 실핏줄같은 그 선명함에 찌릿한 전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