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마을', 말 그대로 상가옥상에 형성된 마을이다.
여느 동네와 다름없는 마을이지만
'옥상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최근 공중파 방송을 타면서 더 많이 알려졌다.
-1968년 부산중앙시장 상가완공 이듬해부터 무허가로 들어서기
시작하여, 1980년대 초 정부의 무허가 건물 양성화 조치에 따라 하나의 마을로 바뀜-
100여 가구가 들어서 40여년 동안 그들만의 방식대로 알콩달콩(?) 살아가던 마을이 최근
사람들의 호기심으로, 사진가들의 사진소재로, 언론의 취재에 몸써리를 냈을 것 같은데(단지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일반에 알려지자 곧
사라질 운명이다.
이곳 시장이 재개발 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마음이 바빠졌다.
올해 초부터 재건축이 시작될
것이라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지하5층 지상 27층의 주상복합아파트-
7월8일 오전, 중앙시장은 찾았는데 올려다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평범한 시장이다. 1층
시장의 절반은 비어 있어 캄캄한 슬럼가 같고, 2층은 아예 철시하여 굳게 닫혀있었다.
벌써 철거가 시작된 것은 아닐까?
옥상으로
이어지는 출입구를 찾지 못해 한참을 헤맨 후 상가 사이에 있는 좁은 통로를 발견했다.
'수상하고 숨어있는 마을'이라더니, 그 말에 수긍이 간다.
다행히 마을은 아직 철거는
되지 않고 있었다. 30여년전 슬레이트지붕 그대로, 갈아입지 못해 초라했던 전포동 철길사이에 줄지어 있던 하꼬방 같이...
많은 가구가 이사를 간 듯 ‘이주’라는 스프레이로 휘갈긴 붉은 글자가 번호와 함께 골목 곳곳의 벽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옥상에 올라서면 상상(옥상마을이라 뭐 특별한 것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과 다르게 여느
마을과 같이 평범하다.
이곳이 옥상위라는 것을 잊을 만큼.
리어카 하나 다닐 정도의 좁은 골목과, 위, 아래 동네가 연결되는 계단도
있고, 대문입구 골목의 좁은 밭엔 채소며 꽃들도 자라고 있다.
아직 이주하지 못한 집에선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하수구에 물내려가는 소리,
텔레비전 소리가 골목까지 들린다. 장마철이 아니라면 빨래가 만국기처럼 골목에 널려 있을 것이다.
이따금 마주치는 사람들도 있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나를 보고 애써 외면하며 지나친다.
빨리 사라져 주길 바라는 눈길이다. 조심스럽다.
매스컴에 알려진 후 찾아오는 이방인들에게 자신들의 곤궁한 삶이 노출되는 것에 대한
경계이리라.
반들반들한 장독이며, 집집마다 내어놓은 화분에선 꽃들이 한창이지만 주민이 없는 골목은
적막하다.
녹슨 가로등, 작동할 것 같지 않는 벽에 매달린 소화기, 건물 틈새로 흐르는 녹물, 사방으로 압도하는 고층건물사이의 옥상마을은
두꺼운 세월의 애환을 삭이며 다시 태어날(재개발) 희망을 안고 안으로 숨을 고르고 있는 듯 했다.
팍팍한 삶의 터널을
벗어날 수 있는, 주민들의 소망대로 재개발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마을 중앙엔 제법 너른 광장이 있다. 아이들의 놀이터, 마을 대소사 논의하는 장소다.
>>서너군데 소화기가 달려 있었다.
>>평상에 앉아 시름에 잠겨있는 주민, 검은 부분이 들어오는 입구다.
>>10계단쯤 오라간 윗 동네에서 본 마을 지붕들.
>>시장 안에서 올라오는 입구에서 본 마을초입과 주변의 고층 아파트.
>>시장 1층 건너에서 바라보면 옥상에 마을이 보이지 않는다. 저 건물 옥상에 마을이 있다.
>>1층 시장 골목모습
>>마을로 출입하는 문. 이곳외에 시장 안쪽에서 출입하는 곳이 있다.
>>공동생활에 대한 안내문. 비록 낡고 오래된 집들이지만 휴지나 오물등이 없이 깨끗했다.
한 주민이 애견을 안고 어두운 출입문을 올라 집으로 가고있다.
*2006.7.8촬영. 카메라 Nikon D70s 17-55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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