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길목인 지난 3월 하순 부산에도 많은 눈이 내렸다.
13년 만의 폭설이었고 그날은 마침 춘분이었다.
고지대 집과 산은 순백의 옷으로 갈아입어 진풍경을 이뤘다.
그러나 그 모습은 이틀을 넘기지 못하고 지워져 아쉬웠다.
깜짝 눈과 꽃샘추위에 주춤하던 봄은 늘 그렇듯 순풍을 탔다.
봄은 부지런히 팝콘 터지듯이 동시 다발로 번져 나갔다.
그 기운은 아랫마을에서 윗마을로 산으로 번져 올라갔고
새 학기를 맞은 노란 병아리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피어났다.
연분홍, 연두에서 초록으로 하루가 바쁘게 푸르러 졌다.
봄맞이 나들이 길을 고생길이라고들 한다.
섬진강 황매산 하동십리 벚꽃 군항제 다 좋다지만
사람에 밟히고 자동차에 치이고 황사에 미세먼지 까지 괴롭다.
눈을 들면 우리 동네 온 동산을 가득 채운 봄 빛
황령산 이기대 오륙도 신선대 갖가지 꽃향기로 손짓한다.
먼데서 찾으려 해맬 이유가 없다.
진정한 봄은 내 앞, 내 집 앞에 와 있으니 말이다.
‘춘분날 춘설이라 풍년이 오려나’
정지용 시인이 노래한 <춘설>의 노랫말처럼 풍년도 들고
좋은 일, 좋은 소식이 많았으면 좋겠다.
2018. 4. 부산 남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