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다. 늘 밤이다.
올빼미도 이런 올빼미가 없다.
늦은 밤, 깊은 밤, 이른 밤이라야 아득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
누가 시키면 절대로 하지 않을 것 같은 야행의 긴 여정이다.
풀 한포기 나무 잎 마다 내리는 이슬을 오늘도 같이 맞는다.
밀재에 섰다.
아득한 산 줄기 아래 지평선이 숨 죽이고 멍석처럼 누웠다.
발 밑 세상은 깊은 잠에 빠져 있고 인적 없는 길에 가로등 홀로 붉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고 별이 머리위에 쏟아질 듯 가득하다.
한 숨 같은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온다.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과 땅의 별을 눈에 담는다.
한 줄기 바람이 인 자리에 태양이 깨어났다.
바람의 길, 그 안에 태양의 길이 길게 그어졌다.
길손을 반기는 부드럽고 따스한 빛의 향연이었다.
순간 이방인은 자유로운 바람으로 박제되어 들판에 섰다.
<밀재:전남 함평군에 있는 고개, 불갑산 연실봉 암릉구간에서 촬영>
2017. 9. 30. 전남 함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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