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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친구들, 회갑맞이 기념 여행

사진과 雜記

by 실암 2016. 12. 5.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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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갑여행!! 회갑기념으로 무슨 여행을, 100세 시대에.

하여 꼴갑한다고 초등학교 친구들과 수다여행을 다녀왔다. 처음 기차를 탔던 초등학교 수학여행(1968, 김천직지사) 이후 47년만의 단체 여행이었다. 2년여의 기획과 준비 끝에 졸업생 120여명 가운데 27명이 함께 떠났다.

남자 16, 여자 11!! 금년 원숭이띠(병신)들이 회갑을 맞았지만 더러는 지난해 회갑(을미생)을 보낸 친구들도 함께했다. 나이보다는 졸업한 연도가 더 중요한 친구들이다. 회갑기념 해외여행이라는 큰 타이들이 정해지고 세부사항에서 작은 곡절이 있었지만 비행기는 경쾌하게 인천공항을 이륙했다.

집 떠나면 개고생’, 즐거운 고생의 여정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반백과 주름진 얼굴 60대 중늙은이의 이름을 누가 거침없이 누구야하고 불러 줄 것인가.

중국 북경, 면산, 태항산 여행은 야단법석, 수다쟁이가 되고 동심으로 돌아가게 했다.

중국의 현대를 보려면 상해를, 근대 5백년 역사를 보려면 북경을, 그리고 5천년 역사를 보려면 산시로 가라는 말이 있다. 이번 여행에서 근대 5백년과 5천년의 역사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북경과 산시의 유적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 2천5백년의 역사를 오롯이 간직한 평요고성









25백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으로 성벽의 둘레가 6163m로 하나의 도시를 이루고 있는데, 3천 채의 전통가옥과 현재 약 5만 명의 시민이 살아가는 그야말로 고색창연한 도시다.

중국 3대 고성인 여강고성, 대리고성, 평요고성 중의 하나로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기도 하다. 평요고성에 발을 딛는 순간 빛의 속도인 21세기를 달리다 갑자기 시간을 거꾸로 돌려 머나먼 미지의 과거 속으로 들어온 기분이었다. 성벽 하나를 두고 현세와 과거가 오롯이 존재하는 곳임을 실감케 했다. 개인적으로는 이곳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언젠가 이곳에서 하룻밤 유숙하면서 아침과 저녁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 싶다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

    

**중국의 그랜드 캐년- 면산



 

<면산 綿山>

면산은 중국의 그랜드 캐년이라 불리며 산동과 산시를 잇는 태항산의 갈래에 자리하고 있다. 불교, 도교, 유교의 3가지 종교가 한 공간에 존재하는 곳으로 천지 삼라만물의 대기가 서려있는 곳이라고 한다. 대라궁, 운봉사, 운봉서원, 정과사 등 천길 벼랑에 붙어 있는 누각들은 동양화 그림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비밀스럽고 신비스런 분위기를 자아냈다.


**천하 제일의 도관- 대라궁








 

<대라궁>은 금빛 찬란한 누각이 첩첩히 어우러진 모습으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중국 사람들이 천하제일의 도관이라 부르는데 손색이 없어 보였다. 개자추가 어머니를 모시고 면산에 들어 온 후, 도교의 경지인 대라선경을 보았다고 전하는데 후세 사람들이 이곳을 대라궁이라 불렀다고 한다.


**한식절을 있게 한 개자추의 사당- 개공사당







<개공사당> 개자추를 추모하기 위해 세운 사당으로 면산에서 가장 풍광이 좋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춘추시대 진나라의 공신 개자추가 어머니를 모시고 은거했다가 불타 죽은 곳이 바로 이 면산이라고 한다.

26백 년 전 개자추는 진나라 공자 중이(重耳)를 따라 20여 년을 유랑했는데 먹을 것이 떨어져 굶어 죽게 되자 자신의 다리 살을 오려서 공자를 살렸다고 한다.

중이와 함께 진나라로 돌아 왔으나 신하들이 공을 서로 차지하려고 다투는 꼴에 환멸을 느껴 어머니를 모시고 면산으로 은둔했다고 한다. 이에 진문공(공자)은 개자추의 충절을 깊이 깨닫고 그를 찾아 갔으나 찾지 못했다. 개자추를 산에서 나오게 하려고 불을 질렀으나 개자추는 나오지 않았고 결국 어머니와 함께 불 타 죽었다고 한다.

백성들은 개자추의 절개를 추앙하여 매년 개자추가 죽은 날이 되면 3일간 불을 사용하지 않고 차가운 음식을 보내어 추모했다고 한다. 이것이 청명과 한식절의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12존 등신불을 모신 고산 사원- 정과사






<정과사>는 면산의 높은 봉우리에 위치, 포골진신상(등신불)을 모신 곳이다. 12존 등신불이 안치되어 있는 사찰인데 스님 한분이 친절이 서툰 한국말로 안내를 해 주었다  

<정과사 영험탑> 당나라 당태종의 명으로 641년에 건축했다고 전한다. 높이가 69m로 고산의 사원으로는 으뜸이라고 하며 면산을 상징하는 건축물 중의 하나라고 한다.  



정과사에서 운봉사 가는 길 깍아지른 절벽에 붙어 있는 60도 가까운 계단은 오금을 절이게 했다.



  

**당태종이 세운 불교사원- 운봉사






 

<운봉사>는 당태종이 세운 불교 사원으로 돈 많은 사람들이 수직의 절벽에 종과 붉은 소원 종이를 매달아 놓았는데, 사람의 접근이 불가능한 곳에 얼마나 많은 돈을 주고 사람을 부렸을지 돈의 위력이 새삼 느껴진다. 해가 넘어가고 난 뒤에 도착해서 면면을 살피지 못하고 다음날 아침을 기약했으나 이날 저녁 과도한 음주로 다시 살필 기회를 갖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운봉서원호텔> 해발 2000m에 세운 호텔. 운봉사 바로 옆 벼랑에 붙어 지었다.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었는데 숙박비는 평지에 있는 5성급 호텔보다 비싸지만 시설과 서비스는 여인숙수준이랄까 따뜻한 물도 나오지 않고 수돗물에선 이물질이 쏟아지는 수준이었다. 호텔에서 찬물로 그것도 뿌연 이물질이 섞인 수돗물로 샤워하긴 처음이었다. 그렇지만 천길 벼랑 위 산속에서의 하룻밤은 오래 기억될 것 같다.

     

**거대한 하나의 산맥- 태항산 대협곡














<태항산 대협곡>

태항산은 산이라기보다는 가늠할 수 없는 산맥이었다. 남북으로 600km 동서로 250km가 뻗어 있는 거대한 산맥이었다. 미국 서부의 그랜드 캐년과 닮아서 중국의 그랜드 캐년'이라 불린다. 깊은 바위 계곡에서 흘러나오는 맑은 물과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협곡의 벼랑을 따라 계단식 밭을 일구고 게딱지처럼 붙어 지은 집들과 비루한 모습의 사람들, 원경과 근경이 눈을 현혹시키고 어디에 먼저 눈길을 주어야 할지 허둥대게 했다. 사진 거리가 산재해 있었으나 빨라도 너무 빠른 난폭한 수준으로 달려가는 관광차(창문이 없는 20여명이 탈수 있는 자동차)’가 야속하기만 했다.

열자(列子) 탕문편에 90세가 넘은 우공(禹公)이 둘레 700리가 넘는 태항산의 흙을 퍼서 발해만 까지 한 번씩 운반하는데 1년이 걸렸다고 한다. 사람들이 이 모습을 보고 비웃었으나 자자손손 대를 이어서 하다보면 언젠가는 산을 옮길 수 있다고 믿고 일을 계속 하자 옥황상제가 감동해서 산을 옮겨 주었다는 우공이산(禹公移山)의 배경이기도 하다.

어떤 일을 행할 때 어리석은 일 같이 보여도 한 가지 일을 끝까지 밀고 나가면 언젠가 성공한다는 평범한 교훈을 일깨워 주는 태항산 관람의 또 다는 묘미가 아닐까.    



북경, 중국의 하늘은 늘 이렇게 호흡을 힘들게 했다.






공항 검색대 같은 수속이 복잡한 중국 고속열차도 타보고, 음식도 특별히 가리는 게 없는 내겐 불편하지 않았다. 45일 생전 처음 접하는 경치에 눈은 호강을 하는데 호흡기는 늘 화생방 훈련같은 비상상태였다. 북경은 물론 모든 도시는 석탄 가스에 묻혀 질식할 것만 같았다. 중국은 금색과 적색의 창연함을 탁한 회색이 가리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웠다.

지난 추억을 꺼내 펼쳐 보고, 다시 추억을 함께 만들어 가는 초등동기들의 회갑여행은 다소 힘들고 다소 의견이 상충되어도 이 또한 우리의 기억 창고에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머잖아 노년의 삶이 팍팍하게 다그칠 때 가끔씩 꺼내서 단물 우려먹듯 음미하면 어떨까. 다시 왁자하게 함께 떠나고 싶다. 친구들아!

<경북 상주시 이안면 이안초등학교 24회 졸업생 회갑기념 (1969년 졸업) 2016. 11. 2~ 11. 6. 중국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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