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종일 해무를 따라 다닌 날이었다.
아침에 해운대 마린시티의 높은 건물에서 해수욕장으로 몰려오는 해무를 담았다.('해운대 해무 쓰나미', 7월 9일 포스팅)
날씨가 흐려서 해무와 하늘색이 비슷해 아쉽긴 했지만 모처럼 해운대를 뒤덮는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해무는 해운대을 통째로 삼켜 제 뱃속에 가두기도 하고, 건물 사이를 물처럼 흘러 세상을 부드럽게 감싸기도 했다.
12시 쯤 소강상태에 들어간 해무를 뒤로하고 송정으로 향했는데, 기대와 달리 이곳에도 해무는 없었다.
엎어진 김에 쉬어가는 심정으로 후다닥 칼국수로 요기를 하고 해운대 달맞이 고개와 송정을 두 차례 돌아 다녔지만 해무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휴일에 기적 같이 찾아 온 해무는 이게 끝인가 싶어 집으로 돌아왔다.
'해운대 달맞이 고개, 다시 해무가 몰려온다.'는 문자 한통이 해가 질 무렵에 들어왔다.
벌에 쏘인 소처럼 벌떡 일어나 다시 바다로 나갔다.
19 : 20 이기대에서 바라본 해운대 달맞이 언덕의 해무.
해무가 해운대 백사장으로 진출하지 못하고 달맞이 고개에서 맴돌고 있다.
기세 등등하게 해운대를 넘어 광안대교를 타고 흐르는 모습을 학수고대 했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19 : 40 해가 서산으로 넘어 가고, 해무도 달맞이 고개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붉은 노을이 마술처럼 하늘과 건물을 잠시 황금빛으로 물들게 했다.
20 : 00 광안대교에 조명이 들어오고, 마천루의 불빛도 점점 화려해져 갔다.
해무 찾아 돌아 다닌 하루가 이렇게 저물었다.
2013. 7. 6. 이기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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