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HUMAN)', 한 주제를 안고 평생을 치열하게 살다 간 '인간 최민식'.
우리나라 다큐멘터리 사진계의 1세대 사진가이자 부산을 넘어 대한민국 사진계의 거봉으로 우뚝했다.
'연출 없이 오로지 있는 그대로의 스냅숏'이 진정한 사진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그였다.
선생은 평생 낮은 자리의 인간 군상을 오롯이 사진으로 남겼다.
남루하고 비루한 삶, 리얼한 인간의 모습을 담은 한 장의 사진은 장문의 논문보다 힘이 있다.
진실한 사진은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거부감 같은 빗장을 단숨에 풀게 하고 마음을 열게 한다.
다큐 속에 녹아 있는 휴머니즘은 보는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기에 충분하다.
선생에겐 사진이 종교였고, 삶이 사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물을 직관하는 흡입력 강한 강열한 눈빛은 수행 납자의 눈빛을 닮았다.
야생의 포식자가 먹이를 낚아채듯 인물의 표정을 포착, 순간에 담아내는 탁월한 능력자였다.
'사람의 정신을 찍으라'(사진은 사상이다)고 선생은 늘 다그쳤다.
그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다시는 들을 수 없다는 현실이 참 슬프다.
선생은 2월 12일 85세를 일기로 우리 곁을 떠났다.
개인적으로 선생의 작품집 'HUMAN 9, 10집', 그리고 '인간이란 무엇인가', '작품사진연구'를 편집하기도 했다.
직접 프린트해 온 작품을 보며 편집 작업을 했는데 인간의 생생한 면면을 엿볼 수 있었다.
선생의 사진세계를 흠모했고, 어줍은 흉내를 내기도 했다.
덕분에 흑백사진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시대정신에 투철했던 사진가 최민식 선생의 작품전이 열리고 있다.
1950년대부터 최근까지 소년(어린이)의 모습을 담은 사진 160여점(미발표작 포함)을 전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국가기록원에 기증된 필름 중에서 어린이의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발표하거나 작품집에 수록 되지 않은 미공개 작품이 함께 전시되어 신선했다.
선생의 영면을 기원하며, 선생의 정신을 느낄 수 있는 전시회의 관람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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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민식 사진전 <소년시대>, 4월 21일까지 / 롯데갤러리 광복점(051-678-2610)
^^ 발간된 작품집과 생전에 쓰던 카메라와 현상기기도 전시되어 있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상이라 해상력이 좋지 않습니다.
2013. 4. 12. 부산 롯데갤러리 광복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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